[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현재까지는 손 회장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부나 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 NH농협금융 지분을 100% 소유한 농협중앙회 의중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NH농협금융을 이끌고 있는 손병환 회장의 임기는 12월 31일까지다.
NH농협금융은 이달 20일께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만료일 40일 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해 회장 최종후보자 1명을 추천한다.
업계는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손병환 회장의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손병환 회장 임기 첫해인 지난 2021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10년 만에 순이익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해 가는 등 올해 성적 역시 좋다. 3분기 농협금융의 누적 순이익은 1조9717억 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연도 중 지원한 농업지원사업비 3379억 원을 포함한 당기순이익은 2조2023억 원이다.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1조3505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손병환 회장은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손꼽히는 손 회장은 고객 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구축과 디지털전환 내재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농협금융의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로 흩어진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모은 '통합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이 '2+1'년의 임기를 보냈다는 점도 손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앞서 김용환 전 회장과 김광수 전 회장도 2년 임기 후 1년 정도 연장한 사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경영성과 측면에서만 본다면 좋은 성적표를 거두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농협중앙회장 입김 변수로 작용할 수도
변수도 존재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은 손병환 회장의 연임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민간회사지만 농협법에 따라 설립돼 각종 정책자금을 관리하는 등 특수성이 있다. 그런 만큼 정권의 입김이 크게 미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그동안 정권 교체시기 마다 관료 출신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오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곤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등 역대 회장들은 모두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관출신 인사다. 손병환 회장은 내부 출신이다.
농협금융 회장 선임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변수 중 하나다.
농협금융의 인선은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만 손병환 회장은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두텁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라는 것은 까봐야 아는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들도 마찬가지지만 농협금융은 더더욱 그렇다. 특수인행인 만큼 변수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관료 출신이 많아 영전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손 회장의 경우 내부출신이라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실적 측면에서 봐도 손 회장이 이끈 농협금융이 좋은 성적표를 거둔 것은 맞지만, 사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똑같이 좋은 실적을 냈다"며 "실적이 '연임' 여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