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한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거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3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받아들며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데 고심하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2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영업이익률 15%), 순이익 1조1027억 원(순이익률 1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0%, 67%씩 급감했다. 올해 2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60.5%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하락폭은 당초 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회사의 3분기 컨센서스를 매출 11조8593억 원, 영업이익 2조1569억 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앞서 지난 7일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매출 76조 원, 영업이익 10조8000억 원으로 공시했다. 이는 에프앤가이드의 전망치보다 매출은 약 2조 원, 영업이익은 1조 원씩 하회한 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받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전체적인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사업인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약 6~7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2분기 9조980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실적이다.
반도체 업계의 불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악화 등 굵직한 거시경제 이슈에 얽혀 있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에 업황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의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PC용 D램은 노트북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PC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업체는 D램 재고 소진에 주력한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모바일용 13~18%, 그래픽은 10~15%, 소비자용은 10~15%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15~20%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을 0.6% 수준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역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우시와 충칭에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 상황에 대해 '고통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여러 가지 지역 이슈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사 입장에서 이런 이슈들은 여러 가지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의 거점을 다변화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고 보여지고 단기적으로 생산 베이스의 큰 변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뚜렷한 해결법이 없이 이어지는 불황에 감산과 투자 축소를 발표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키옥시아는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30% 가량 줄였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은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 투자 예산을 30% 삭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내년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인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규모는 10조 원 후반대로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투자 감소 폭은 글로벌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2009년의 업계 시설투자(캐펙스, CAPEX) 절감률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말 예상되는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성장 동력인 HBM3와 DDR5·LPDDR5 등등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불황을 견뎌낼 회사의 전략을 공유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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