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와 네이버 등 고객사의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설계 개선과 배터리 안정성 확보 등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4일 최 회장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책임을 많이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피해를 보신 많은 사용자 여러분, 다른 저희 고객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포럼',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 등의 이유로 국감 불출석 사유를 제출했던 최 회장은 과방위의 거듭된 증인 참석 요청에 일정을 마치고 오후 8시 30분께 국회에 출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예정된 일본과의 포럼은 일본분들도 참석해주시는 포럼이었다"며 "사정상 제가 미루면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으로 제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포럼을 빨리 끝내고 참석했다.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에게는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된 질의가 이어졌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태와 같은 초대형 사건의 원인 파악은 전문경영인이 파악한다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시정 조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 먹통' 사태의 1차원인은 SK건설에서 지은 건물, SK가 만든 배터리, SK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발생한 화재"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SK그룹은) 데이터 이중화에 소홀했던 카카오와 공동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화재의 책임은 SK 측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왔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화재가 났다는 것은 할 말이 없는 정도의 잘못"이라며 "배터리는 항상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화재 시 빨리 진압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리튬이온전지의 안정성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배터리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화재 진압 방안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튬이온전지가 화재시 치명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려고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이 당초 지하주차장으로 설계돼 있었다는 사실을 짚었다. 해당 사실에 대해 최 회장과 시설을 임대해 사용하던 카카오를 대표하는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몰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 위원장은 "원래 지하에는 전기실·배터리실을 구축하면 안 된다"며 "지상에 두는 것보다 지하에 두는 것이 임대료가 더 싸기 때문에 이렇게 설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과방위 의원들은 최 회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과 함께 책임 소재는 미뤄두고 이용자 피해 보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 회장이 이해당사자 신뢰 확보를 위해 있어 사후 대책을 준비하는 게 있는지 질의했다. 또한 중소상공인의 피해와 관련해서도 SK그룹 차원의 선제적 피해보상을 검토하고 있는지 물었다.
최 회장은 "고객사의 데이터를 축적할 방법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다면, 가능하면 (보상)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국감장에 카카오 장애와 관련한 기업 총수 3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어찌보면 큰 기대도 된다"며 "법적 책임에 대한 각사의 입장이 있겠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오늘 나온 총수 3분이 함께 모여 보상을 협의한다면 더 기대가 커질 것 같은데 한번 해보시겠느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다른 분들의 의향을 확인 못했지만 물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어떤 것이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보고, (필요하다면 대면 협의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센터장도 "3명이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 의원은 "총수 대신 각사의 대표이사들이 모여 보상대책을 협의하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당장 추진·협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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