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부문 종합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업계 핵심 증인들이 잇따라 불출석하면서 국정감사 마지막 날까지 맹탕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길을 끈 것은 증인들을 향한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백 위원장은 '카카오 사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에게는 쓴소리를 한 반면 출석률 100%를 보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에게는 칭찬의 목소리를 냈다.
◆늦게 시작한 정무위 국감…핵심 증인은 다 빠져 '맹탕' 지적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부분 종합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면서 당초 10시에 개시 예정이었던 국정감사는 오후 2시 30분까지 밀려났다. 국감 파행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네 탓' 공방이 이어지면서 실질적 질의는 오후 3시께가 다 되어서야 시작됐다.
이날 국감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하면서다.
정무위에 따르면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김서준 해시드 대표, 신현성 차이홀드코 대표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국감 마지막 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 사유서를 제출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정신병적인 증상을 이야기하는데 (증인들 모두)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라고 비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정훈 증인의 경우 건강상·형사 소송상 이유로 계속해서 안 나오고 있는데, 저희한테 보낸 진단서는 3개월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진단일이 19개월 전"이라며 "재판 관련도 매각 관련 재판이고, 국감의 아로와나 코인과는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무위는 불출석한 증인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후 백 위원장은 오후 6시경 동행명령 집행을 종료했다. 그는 "동행명령 집행관들이 증인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만날 수도 없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며 "동행명령장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집행관들을 현장에서 철수시켰고 명령장 집행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미출석한 증인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추후 간사위원들과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 신원근·윤호영 세워놓고 "사후 처리 확실히" 지적
이날 증인으로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 3인이 출석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최근 발생한 '카카오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 측이 피해 사실 입증 책임을 이용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많은 소상공인이 매출에 타격을 입었는데, 이것을 왜 소상공인이 입증해야 하나. 이는 책임을 소상공인에게 돌리는 꼴이다. 피해 입증 책임은 소상공인이 아니라 카카오페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원근 대표는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라며 "각각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페이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카카오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잘 나눠서 내부적으로 공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는 서비스 복구 체계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완벽한 재복구 지침을 만들어 놓는다고 한들 위기상황에서 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카카오페이의 재해복구 지침이 준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신 대표는 "시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카카오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이 없느냐는 강 의원의 질문에 신 대표는 "그 부분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다"고 사과했다.
이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산백업과 재해복구시스템 문제점을 지적받은 것에 대해 대고객 서비스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상현 의원은 "금감원이 카카오뱅크 재해복구센터를 점검한 결과 일부 주요 업무 등 관련 대외기관과의 통신망이 재해복구센터에 구성돼 있지 않아 전산센터 재해 발생시 관련 업무가 중단될 우려가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았냐"고 질의했다.
이에 윤호영 대표는 "금감원에서 지적한 사항은 대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카카오뱅크가 갖고 있는, 고객과 상관없는 내부 자산들을 데이터센터에 보관했으면 좋겠다는 지적이였고, 지적한 대로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증인 심문이 모두 끝난 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백 위원장은 "모두가 이번 카카오 사태에 대해 굉장히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으며 피해 보상에 대해 완벽하게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무위를 대표해 의견을 드린다. 확실히 사후처리가 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국감장 두 번 불려왔지만 득이 더 많아?
이석우 대표 역시 '카카오 사태'로 촉발된 '업비트 먹통 사태'로 국감장에 불려왔다.
윤창현 의원은 업비트 오류 관련해 보상 신청이 적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상 조건을 완화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검토하겠으나 매도의사가 있었으나 없어진 경우를 확인하기 어려워 이 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윤 의원 측은 카카오 먹통으로 업비트 오류가 있었던 피해 기간 거래량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업비트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윤 의원은 "이번 피해기간 거래량이 감소했을 텐데 왜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했는가"라고 질의했고, 이 대표는 "로그인 장애라서 그로 인해 거래량이 얼마나 차이 났는지 파악이 어렵다. 주중에 늘고 주말 거래량이 줄긴했지만 구체적으로 몇 프로 줄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의 독점 심화 우려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석우 대표에 "현재 고객들의 전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 파악이 됐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주까지 100여건의 피해 접수를 받아 심사 중에 있다"면서 "카카오 로그인과 관련해 생기는 문제기 때문에 업비트 자체적인 매출 감소뿐 아니라 우리 고객들의 피해사례를 모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카카오와 두나무(업비트)간 먹통 사태에 대해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한 선례로 남는 만큼 전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공유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때 전례로 남을 수 있기에 적절한 행정 경로를 통해 두 업체간 협의 내용과 과정에 대해 공유해달라"면서 "양사간 구체적 팩트를 가지고 논쟁을 하면 그 논쟁의 결과가 제도로 이어지는 데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대표는 이례적으로 국감 증인에 두 번 출석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석우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얻은 것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등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련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정무위원회 위원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앞선 두 의원 모두 질의를 하기 전 "다른 사안으로 국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국감장에 또다시 출석해줘서 고맙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며,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말미에 "다른 증인들과 달리 국감장에 출석해 성실히 답변에 응해준 이석우 두나무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는 추가 증인으로 채택돼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윤상현 의원이 서버 관리, 투자 수익금 미지금, 시세 조작, 코인 도난 사건 등 여러 논란에 대해 대주주 적격 심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거래소 인가를 취소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자율적으로 인가를 취소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회사에 큰 귀책 사유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책임을 명백하게 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