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ID.4, '탄탄한 기본기' 갖춘 EV 모범생(영상)


넓은 실내·안정적인 주행성·안전 장치가 장점
경쟁차종 대비 일부 옵션 부재·브레이킹 성능 아쉬워

폭스바겐의 최초 순수 전기차 ID.4의 모습. ID.4는 최고 출력 150kW(204마력), 최대토크 310Nm(31.6kg.m), 최고 속도 시속 160km의 성능을 발휘한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폭스바겐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ID.4'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급 모델 기준 경쟁 모델과 비교해 나름 여유로운 실내와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외모가 첫 대면부터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차가 4000만 원대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는 점이다. 출시 전 부터 경쟁 모델 대비 싼 몸값으로 화제를 모았던 'ID.4'가 과연 회사 측이 강조한 대로 '가성비를 갖춘 전기차'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직접 시승해봤다.

지난 18일 폭스바겐 ID.4 시승차를 대여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경기도 가평 소재 더플레츠 카페까지 약 63km 구간을 주행했다.

처음 본 ID.4는 예상보다 크기가 작아보였다.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가 2766mm로 경쟁차종인 기아 'EV6'(2900mm)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2950mm)보다 약간 작았다. 다만 차량의 높이인 전고는 훨씬 높았다. ID.4의 전고는 1612mm로, 이는 EV6(1550mm)와 아이오닉 6(1495mm)보다 더 높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운전석에서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폭스바겐 ID.4의 앞, 뒤, 옆면 모습. 휠베이스가 2766mm로 경쟁차종 전기차 대비 살짝 작지만, 전고는 1612mm로 다소 높은 모습을 보였다. /김태환 기자

시동 버튼이 운전대 뒤쪽에 숨어 있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운전석에 탑승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전원과 시동이 들어와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저속 구간에서는 소음이나 구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우웅' 소리가 경쟁차종보다 작게 들렸다. 가속 페달을 깊고 강하게 밟아야 전기차 구동음이 크게 들렸지만, 둔하면 의식하지도 못할 수준의 저소음이었다. 외부 차량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대한 차음도 잘 돼 안락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차체가 높다보니 시속 100km 이상 속력을 내면 풍절음이 조금씩 차내로 유입됐다.

가속 성능은 전기차답게 매우 준수했다. 가속 폐달을 밟으면 즉시 반응했고, 밟는만큼 차가 빠릿하게 움직였다. 전기차 경쟁차종들과 비교해 감속할 때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회생제동'의 느낌이 가장 적었다. 대다수 전기차들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감속하지만 ID.4는 속도 저하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전기차에서 느끼는 불청객 '회생제동 멀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 전기차에서 회생제동을 최대치로 조정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감속이 심화되며 차가 울렁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ID.4는 회생제동의 느낌이 거의 없어 사실상 '매우 조용한 휘발유 차량' 같다는 인상이다. 주행모드를 D에 놓으면 '드라이브 모드', 타사 전기차처럼 회생제동을 강조하려면 B에 놓고 '브레이크 모드'로 타면 된다. 브레이크 모드를 켜도 회생제동으로 인한 브레이킹이 강해진다는 느낌은 적었다. 하체는 다른 유럽차들처럼 단단하게 세팅됐다. 도로면에 자잘한 요철로 인한 흔들림을 잘 잡아줬다. 시속 110km로 속도를 내면서 커브길에 진입을 해도 급격한 쏠림은 없었다. 차체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행안전성 부문에 높은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차량 최고 출력은150kW(204마력), 최대토크 31.6kg.m(310Nm),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다. 이론상으로는 최고속도를 더 낼수 있지만, 속도제한이 걸려 있다. 안전과 더불어 전비 향상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8.5초 수준이다. 경쟁차종이 5초대의 제로백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속 성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지만, 실주행에서는 힘이나 가속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신호대기하다 출발할 때 매우 경쾌하게 달려나갔고, 고속도로 추월 차선에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옆차선 차량을 추월할 수 있었다.

다만, 브레이킹에서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을 다소 깊게 밟으면 뒷바퀴에서 '끼이익'하는 소음이 작게 들렸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하다 앞에 정체구간이 나타나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소음이 났으며, 급정거 상황에서도 생각보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야 원하는 제동성능이 나왔다. ID.4의 뒷바퀴 브레이크가 '드럼브레이크'라는 점에서 아쉽다.

ID.4의 주행보조장치들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이했던 점은 차선변경 보조시스템의 알림은 사이드 미러 거울에 점등되는 것이 아니라, 거울 옆면 램프에서 따로 불이 들어왔다. 뒷차량이 운행하면서 거슬리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드 미러 거울 자체도 크고 광각이라 후방 차량의 흐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선유지 보조시스템은 강하게 운전에 개입하는 편이었다. 커브길에서 일부러 핸들을 돌리지 않자,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핸들이 자동으로 회전했다.

폭스바겐 ID.4의 운전석 모습. 디지털계기판인 ID.콕핏과 12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김태환 기자

내부 디자인은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가로로 길고 넓게 펼쳐지는 디지털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없고, 운전대 뒤에 디지털계기판인 'ID.콕핏'과 중앙 12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으로 양분돼 있다. 온전히 주행 정보만 전달받는데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계기판 화면이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남는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대시보드와 문 옆면이 가죽으로 마감됐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은 약간 버킷시트처럼 양옆이 튀어나와 앉은 자세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줬다.

내부 공간은 모자람이 없었다. 키가 한국 남성 평균인 174cm인 기자가 운전석과 후방석 모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이 주먹 2~3개 정도 남았다. SUV인 만큼 트렁크 적재 용량도 543ℓ로 널찍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1575ℓ까지 늘어난다.

내장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만, 무선 방식으로는 제공되지 않고 유선으로만 지원한다. 차량에 탑승한 뒤 선을 찾아 꽂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휴대폰 거치공간에 무선충전 기능은 제공되며 후방카메라, 360도 어라운드뷰가 지원돼 주차 편의성을 높였다.

ID.4의 다소 아쉬운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상쇄된다. 국내에 판매하는 ID.4의 가격은 5490만 원으로, 국비 보조금 651만 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합하면 4000만 원 후반대까지도 가격이 떨어진다. 여기에 일반·동력계 부품에 대해 주행거리 무제한 3년 보증, 배터리는 8년·16만㎞ 보증을 제공한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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