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서비스 장애를 빚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사태에 총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홍은택 각자 대표 체제에 돌입한 카카오는 사고 수습과 보상에 더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 남궁훈, '막중한 책임 통감'해 사퇴…홍은택 단독대표 체제
19일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는 카카오는 경기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장애가 빚어진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남궁 대표는 사과문 낭독 이후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카카오 단독 대표로 취임한 지 205일 만이다.
남궁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자 대표 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이번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임 후에 재난대책 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추가 예산 확보, 인력 확충 등에 방점을 두고 일을 하고자 한다"며 "사임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며, 사임의 원인인 이같은 사고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쏟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임기 중)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져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당시만 하더라도 임기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의 사임에 따라 당분간 카카오는 홍은택 대표 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이 맡는다. 홍 대표는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사고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홍 대표는 "남궁 대표의 사임으로 인한 새로운 대표 선임은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제가 단독 대표로 경영하게 됐으며, 남궁 대표가 추진했던 여러 가지 사업은 그대로 유지되고,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서는 "현재 김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를 하고 있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적인 개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K C&C와 책임공방, 사고 수습 이후로 미룰 것"
이날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타임라인과 사고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데이터센터 지하 3층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에 공급되는 전선이 손상을 입었다. 이에 따라 해당 센터에 있던 3만2000여 개의 카카오 서버가 작동이 중단돼 장애가 발생했다.
다만, 카카오는 아직 사고 수습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SK C&C 책임 공방은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홍 센터장은 "(SK C&C 측에서 전력 차단을 사전에) 통보했냐, 하지 않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SK 측이 아니라 현장 통제권을 갖고 있던 소방서가 (화재진압을 위해) 물을 뿌려야 한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논의는 다 화재가 발생해서 나오는 부수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 개발자 작업도구 이중화·전력 안정화로 재발방지 노력
카카오는 우선 피해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사태처럼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원이 차단되는 극단적인 상황의 대비책을 세울 예정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는 보조전원장치(배터리) 없이 한전에서 연결한 2개의 선로로 전력 이중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선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회선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통해 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홍 센터장은 "최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방문했을 때, 전력망이 한전의 기간망과 바로 접속돼 있어 굉장히 안정적인 품질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며 "SK C&C 측에서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리튬배터리를 수집하는 작업을 지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리튬배터리가 이번 화재의 원인인데, 이를 보조전원장치로 사용하면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며 "따라서 공간은 많이 차지하지만, (화재 위험이 적은) 납 축전지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 이중화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전망이다. 이 작업은 2개월 안에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홍 센터장은 "이 작업은 추가 비용 집행 없이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카카오가 인프라의 안정적인 구축을 우선순위에 놓고, 그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며, 2023년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이전에도 현재 운영 중인 4곳의 데이터센터의 이중화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카카오는 4600억 원을 투입해 내년 중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내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도 2024년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방화, 내진과 같은 방재시설을 더욱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다.
◆ 피해 보상 접수 시작…"무료 이용자도 보상"
카카오는 서비스 보상에도 나선다. 특히 유료 이용자뿐만 아니라 무료 이용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한다는 구상이다.
홍 센터장은 "지난 17일 냈던 '이번 사고로 인한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매출 등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공시는 직접 보상을 감안한 것"이라며 "공시는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냈으며, 카카오가 직접 보상해야 하는 비용의 범위 등을 감안했을 때, 기업이 휘청이거나, 재무적인 부담으로 다른 사업을 못 하는 정도의 부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이번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와 파트너, 다양한 이해관계자 분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도록 하겠다"면서 "SK C&C와 책임소재를 다투기 앞서 먼저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피해신고 접수는 고객센터 등을 통해 받아왔지만, 오늘 별도의 신고채널이 열린다"며 "신고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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