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특집-혁신이 답이다⑤] '6.9%' K게임, 서구권에서 새 길 찾아야


새 도전 직면한 한국 게임 산업, 80조원 콘솔 혁신도 이루자

지난 8월 24일(현지 시각) 독일 쾰른에서 게임스컴 2022이 개막한 가운데 네오위즈 부스 앞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네오위즈 제공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경계 융화 현상)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가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러 가지 규제 완화 방안이 언급되고 있지만, 대내외 운영 상황과 이해관계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더팩트>가 경제·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규제 혁신을 재계·유통·금융·게임의 틀에서 짚어보고 문제를 진단한다. 규제 혁신, 어떤 변화가 있었고, 또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혁신이 답이다'가 11회 특별기획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최승진 기자] 6.9%. 지난 2020년 한국 게임 시장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다. K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미·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시장으로 수출 영토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게임의 대표 수출지였던 중국 시장의 판로가 사실상 닫힌 것이 배경이다. 서구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적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국 게임, 중국 의존 벗어나 북미·유럽 진출 필요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이다.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7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수출지 대부분이 중국에 편중돼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게임 수출국은 중국이 35.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동남아 19.8%, 대만 12.5%, 북미 11.2%, 유럽 8.3% 순으로 조사됐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2년간 중국 수출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40.6%와 비교하면 5.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세계 게임 시장의 또 다른 축인 북미·유럽 지역에서는 한국 게임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난 2020년 경우 이들 지역을 합친 시장 점유율은 19.5%로 2위인 동남아 지역보다 작았다. 이 무렵 북미·유럽 지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55.1%(북미 23.9%, 유럽 31.2%)에 이른다. 규모만 놓고 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중국은 우리 게임 산업에 중요한 수출지다. 그러나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문제로 여전히 진출이 막힌 상황이다. 사드 갈등 이후 이어진 한한령으로 판호 발급이 막힌 탓이 크다. 중국은 4년간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다가 지난 2020년 12월이 돼서야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판호를 발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호 발급이 중국 수출 재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응하지 못했다. 이후 '검은사막 모바일'과 '이터널 리턴: 인피니트' 등이 추가로 판호를 얻었지만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이 '2022년 하반기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분석한 내용은 한국 게임 산업이 헤쳐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게임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플랫폼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중국으로의 게임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콘솔(비디오게임) 플랫폼 진출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솔 게임으로 개발 중인 토종 신작들. 시계 방향으로 붉은사막,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TL, 칼리스토 프로토콜 /각사 제공

◆ 콘솔 시장 향해 뚜벅뚜벅…신작들 쏟아진다

북미·유럽 지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곳을 공략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북미·유럽 지역의 대세 플랫폼이 콘솔이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의 경우 콘솔 게임이 제일 크고 다음으로 모바일 게임, 아케이드 게임, PC 게임 순으로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콘솔 경쟁력은 높지 않다. 2020년 콘솔 게임 세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4.6% 증가한 558억2600만 달러(약 80조 원)다. 세계 콘솔 시장에서 미국은 점유율 32.4%로 1위지만 한국은 1.7%로 미미하다.

이런 이유로 콘솔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혁신을 이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솔 게임 스타일은 우리 주력 사업인 모바일·PC온라인과 다르다. 이야기 짜임새가 촘촘해야 하고 실사 영화급 연출 수준도 갖춰야하기에 차별화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모바일게임과 비교해 배 이상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고무적인 것은 올해 들어 국내 게임업계에 콘솔 게임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시장에 나온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X'를 필두로 다양한 게임들이 콘솔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넥슨)',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넷마블)', 'TL(엔씨소프트)', '붉은사막(펄어비스)' 등이 주인공이다. 출시 가시권에 들어온 신작도 있다. 크래프톤은 오는 12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이 시장에 도전한다.

그러는 사이 한국 콘솔 게임이 유럽 최대 게임쇼에서 첫 3관왕에 오르는 새 역사도 썼다. 네오위즈는 개발 중인 콘솔 게임 'P의 거짓'을 앞세워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에 선정됐다. 전년도 수상작은 지난 2월 출시돼 누적 판매량 1700만 장가량을 돌파하며 속칭 대박을 터트린 '엘든링(반다이남코·일본)'이다.

'P의 거짓' 총괄을 맡은 최지원 네오위즈 PD는 "게임스컴에서 P의 거짓이 이룬 성과는 개발 역량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콘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콘솔 중심인 북미·유럽 시장에서 한국 게임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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