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5개월 만에 거래 문 연 신라젠, 주가 순항할까?


신라젠, 거래재개 첫날 상한가로 마감
"영업 지속성 따라 상승" vs "증시 불황에 투심 약해"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부터 신라젠의 주식 매매 거래가 재개됐다. /신라젠 제공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신라젠이 2년 5개월여 만에 증시에서 거래를 재개한 가운데 성공적인 복귀 성적표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재 증시가 약세장을 지속 중이며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심이 우호적이지 않아 향후 주가가 어디로 튈지 시선이 모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부터 신라젠의 주식 매매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재개 전날인 12일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는 신라젠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2020년 5월부터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올해 1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고, 시장위로부터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가 최종적으로 거래 재개가 결정됐다.

신라젠은 다소 낮은 시초가로 출발했지만 상한가에 도달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13일 시초가는 8380원으로 형성됐고 오전 9시 8분경 시초가 대비 23.51% 오른 1만300원으로 올랐다. 이후 오전 11시 24분경부터 상한가(1만850원)를 지속했다.

거래소는 신라젠의 거래정지 전 종가인 1만2100원을 평가가격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최저 호가(6050원)와 최고 호가(2만4200원) 가격의 범위 내에서 시초가를 정했다. 시초가는 신라젠 거래정지 전 가격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이며 상한가 후에도 이전 거래 가격을 밑도는 수준이다.

앞서 거래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오랜 거래정지 기간에 따라 바로 물량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이에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따랐지만 실제론 이와 정반대인 결과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향후 신라젠의 주가를 두고 여러가지 예상이 나온다.

먼저 회사는 거래소가 문제삼은 부분을 개선해 경영 투명성을 입증하고, 영업 지속성 확대에 성공한 만큼 주가가 거래 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그 이상으로 우상향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위는 지난 2월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며 △연구개발(R&D) 분야 임상 책임 임원 채용 △비 R&D 분야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한 영업 지속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시장위는 지난 2월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며 △연구개발(R&D) 분야 임상 책임 임원 채용 △비 R&D 분야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한 영업 지속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더팩트 DB

이에 신라젠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하고 기술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Basilea)로부터 항암제 일종인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후보물질 'BAL0891'을 도입해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단일 파이프라인' 구조에서 벗어났다.

신라젠 주주연합 관계자는 "거래정지 기간 동안 안정된 자금조달, 대주주 변경, 연구인력 강화, 그리고 복수의 큰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고질적인 문제였던 단일 파이프라인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등 거래정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증시가 불황인 데다 바이오주에 대한 얼어붙은 투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상장적격성 심사 이후 거래 재개된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지켜봐야 한단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주식 매매거래 정지를 마치고 거래를 재개한 큐리언트는 현재 거래정지 직전 주가인 3만300원보다 60.72% 낮은 가격(13일 종가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4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020년 5월 거래정지 후 지난 11일 거래가 재개된 휴엠앤씨의 경우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거래정지 직전 종가가 4555원이었는데 현재 1350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신라젠이 이제 막 거래 재개에 들어갔기에 파이프라인 모멘텀 등은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신라젠이 속한 3분기 바이오업종 실적 기대감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바이오주에 대해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으로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바이오텍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남은 하반기 중에도 바이오텍들의 파이프라인 모멘텀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업종 내에서의 실적 모멘텀은 '바이오-제약-의료기기' 기업 순으로 높다고 예상했다.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 위주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컨센서스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CMO, 바이오시밀러, 제약사는 전반적으로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견조한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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