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적극 참여하겠다"던 삼성물산, 10대 건설사 중 수주액 최하위 '굴욕'


방배6구역·이촌코오롱 2개 사업 수주
연내 흑석2구역 재개발 수의계약 예상

삼성물산은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 원을 채우지 못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관련 사업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상위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1조 원을 채우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5월 자사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의 BI(브랜드 정체성)를 리뉴얼하고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백종탁 주택본부장 전무는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주택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뉴얼 이후 1년 이상 경과했지만 회사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업계 1위 건설사의 위상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3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액 817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7조4000억 원의 3%다.

올해 수주한 정비사업은 모두 단독으로 응찰해 타사와 경쟁 없이 얻어낸 것이다. 회사의 올해 사업 수주 실적은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용산구 이촌코오롱 리모델링 등 2건 뿐이다. 공사비는 각각 3696억 원, 4476억 원이다. 방배6구역의 경우 2016년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며 지난해 9월 조합이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외에 용산구 이촌동한강맨션 재건축(6224억 원)과 한남2구역(7900억 원) 재개발 사업에 입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당시 각각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이들 사업지에 입찰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회사는 앞서 2015년 서초구 무지개 재건축 수주에 실패한 후 지난해까지 5년간 정비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에는 4개 사업지에서 총 9117억 원 규모의 실적을 올렸으나 이 역시 같은 기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합산액이 28조 원임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현장을 위주로 브랜드 가치 유지와 사업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내달 2일 진행되는 중구 B-04(북정·교동) 재개발 사업의 2차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중구B-04주택재개발 사업지 모습. /울산광역시

회사가 올해 안에 추가로 시공권을 따낼 수 있는 정비사업은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과 울산 중구 B-04 재개발 등 두 곳이다. B-04 재개발의 경우 이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공공 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 재개발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라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다. 앞선 1·2차 입찰은 모두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사업비 5700억 원 규모로 이 사업을 수주하면 단숨에 정비사업 수주액 1조3000억 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이달 29일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삼성물산은 내달 2일 진행되는 중구 B-04(북정·교동) 재개발 사업의 2차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울산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리는 해당 사업에서는 현대건설과 수주전이 예상된다. 해당 사업의 공사비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1위와 2위 건설사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난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약 15년 만이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1조 원을 채우지 못한 업체는 삼성물산 뿐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8조3520억 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사상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연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남수진1구역 공공재개발사업과 창원 성원아파트 리모델링에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들 시공권을 확보하면 회사의 연간 정비사업부문 수주액은 9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외에도 △GS건설 4조874억 원 △롯데건설 4조2620억 원 △포스코건설 3조2019억 원 △대우건설 2조658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모두 1조 원대 정비사업 실적을 쌓았다.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쟁입찰의 리스크 대비 개별 사업의 공사비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타사에 밀리게 되면 업계 1위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조원 미만의 정비사업은 회사 입장에서 경쟁입찰의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다"라며 "회사의 한 해 매출과 사업지의 사업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입찰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wisdo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