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10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국정감사에서 다뤄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 1순위로 꼽혔으나 소상공인 반발 등으로 인해 규제심판절차 심의가 한 차례 이어진 뒤 연기됐다. 이달 21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종합감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놓고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관련 증인으로 이제훈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홈플러스 대표)을 채택했다. 13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훈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당일 출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쯤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며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진 않고 규제 완화 정도를 원하고 있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 내용 중 일부로 포함돼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를 규제개혁 대상으로 심판하는 것은 잘못된 절차로 본다"며 "이 제도는 노동자들의 휴식과 상생을 위해 대규모 점포의 휴업 의무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첨언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방안으로 도입됐다. 현재 전국의 모든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준대규모 점포)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문을 닫는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도 제한된다. 지난 7월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투표를 진행해 국민투표에서 표를 많이 얻은 상위 3가지 제안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총 10건의 국민제안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1위를 기록했지만 투표 과정에서 ‘중복 전송’ 문제가 불거져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흐지부지 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된 개정안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안은 없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발의 법안들을 보면 입법방향이 갈린다. 민주당 홍익표·이동주 국회의원은 의무휴업 지정 대상에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성원·최승재·허은아 국회의원은 의무휴업 지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율권을 확대하거나 명절 근접 연휴 영업을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행 의무휴업 제도로 대형마트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재래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이용하기보다 쿠팡·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 소비를 대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7일) 김 의원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영업 제한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며 "기존 골목상권 살리자는 미명하에 규제를 엄격하게 해놓은 대형마트들이 상대적으로 온라인 영업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장 쉽다고 생각해 시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며 "신도시의 경우 재래시장과는 멀리 떨어져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현재 규제는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국민적 공감대도 있는 만큼 규제 개선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소비자와 소상공인 측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인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의무휴업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응답자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 강화는 2.9%에 그쳤고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갈 경우 재래시장을 간다’는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30대 직장인 김미란 씨(여)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이유가 재래시장을 살리는 목적이지만 마트가 휴업하면 쿠팡이나 B마트를 이용한다. 재래시장은 방문하지 않는다"며 "폐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규제 완화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김선웅 씨(남)는 "재래시장 안 간지가 까마득하다. 마트가 쉬면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데 소상공인 입장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강화한다고 소비자가 과연 재래시장에 갈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도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환경이 변화하면서 소비자 인식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형마트만 규제한다고 재래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 지금은 쿠팡 등 온라인으로도 구매하는 추세다. 대형마트를 차별하는 규제가 개선돼야 하는 시기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7월 성명서를 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8년 헌법소원에서 공익으로 정당성이 인정돼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여러 판결에서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와 MZ세대 부상, 4차 산업혁명기술 발전 등으로 유통시장 환경이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다"며 "규제보다는 소비 트렌드와 시대흐름을 반영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유통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