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조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아 글로벌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인 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송도 바이오 캠퍼스를 찾은 것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 삼바 제4공장, 생산 능력이 24만ℓ…"2023년 60만ℓ까지 확대"

삼성이 약 2조 원을 투자해 구축한 제4공장은 생산 능력이 24만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으로,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제4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총 42만ℓ를 확보, 사업 시장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분야 글로벌 1위에 오르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출범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세계 1위를 달성했으며,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가운데 12곳을 고객사로 유치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부분 가동을 시작한 제4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2023년에는 생산 능력을 총 60만ℓ까지 확대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에서의 '초격차'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 공장 건설로 기존 공장 부지를 모두 활용함에 따라 오는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해 약 36만3600㎡(약 11만 평) 규모의 '제2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할 계획이다.

제2캠퍼스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 이재용, 글로벌 무대서 삼성 바이오 사업 '지원사격'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제4공장을 직접 점검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을 각각 만나 CDMO, 바이오시밀러 사업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제4공장 가동과 중장기 전략의 핵심인 제2캠퍼스 조성 프로젝트 등은 바이오 분야를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한 이재용 부회장의 투자·육성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이후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2020년 산타누 나라옌 오도비 회장 겸 화이자 수석 사외이사를 통해 화이자 최고위 경영진과 협상 계기를 마련, 50만 명분의 백신 국내 조기 도입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와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바이오 네트워크'는 다른 경쟁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강점"이라며 "이는 곧 삼성에 대한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신뢰와 평판을 높이며, 삼성의 바이오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직원 30명으로 시작한 '삼바', 10년 만에 글로벌 CDMO 1위

이재용 부회장의 바이오 육성 의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파른 성장세로 이어졌다.

2011년 CDMO 사업을 위해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허허벌판의 갯벌 인천 송도에서 직원 30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사업 초기 제1공장 건설 현장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담당자들을 초청, 설득해 첫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 현재 글로벌 톱 제약사 20곳 가운데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계속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CDMO 분야에서는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4공장에 이어 5, 6공장을 건설하고, 생산 기술과 역량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한, 오는 2032년까지 바이오사업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4000명 이상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 고도화해 글로벌 수준으로 외연을 확장할 방침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이를 통한 삼성의 미래 성장산업 선점, 우수한 제조 기술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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