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유산균부터 냉동만두까지…LG전자, 식품·물과학연구소 구축 이유?


식품과 물에 대한 이해 높여 차별화된 제품 제작
대학교·연구소 등 각계 전문가와도 활발한 협업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더팩트|최문정 기자] "식품과학연구소가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방가전과 연관된 식품에 대한 이해나 과학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 좀 더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경남 창원시에 들어선 LG스마트파크 R&D센터에는 식품과 물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연구소가 있다. 2018년 각각 문을 연 '물과학연구소'와 '식품과학연구소'는 각각 물과 식품의 성분이나 특성을 분석해 기초기술 연구부터 제품 출시 후 품질까지 검증하고 관리한다.

◆ 바삭한 군만두부터 아삭한 김치까지…식품의 특성 연구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냉장고 무드업의 인공지능 맞춤보관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회사가 구축한 식품과학연구소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곳은 △식품을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비롯해 요리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요리개발실' △식품의 맛과 향 등을 평가하는 '감각과학실' △김치를 더욱 맛있게 해주는 유산균 등을 연구하는 '미생물실험실' △식품 성분이나 탈취 등을 연구하는 '식품분석실' △최적의 식품 보관 방법, 김치 숙성 알고리즘, 제균 기술 등을 다루는 '식품&김치개발실'과 같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품과학연구소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연구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냉동만두를 LG디오스 광파오븐, 전자레인지 등의 기기에 넣어 조리한 뒤 시간·식감·노릇한 정도 등을 비교 분석했다. 각각의 만두를 시식해보니 인공지능쿡 기능을 활용해 광파오븐으로 돌린 쪽이 훨씬 바삭하고 노릇했다.

LG전자는 최근 간편식 소비 인구가 늘어난 것을 고려해 각 식품 별로 최적의 조리를 추천해주는 인공지능쿡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쿡은 스마트폰의 LG씽큐(ThinQ) 앱에서 간편식에 있는 바코드를 찍으면 광파오븐 등의 기기에서 자동으로 조리시간·온도 등을 맞춰주는 기능이다.

현재 LG전자는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오뚜기 등 10여 개의 식품업체와 제휴해 조리 가능한 식품군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론칭 당시 140여개 조리가 가능했던 인공지능쿡은 올해 조리 가능한 품목이 220개로 늘었다.

국가별로 수요가 높은 조리 기능을 마련하는 것도 식품과학연구소의 성과다. LG전자는 미국에서 출시한 오븐 제품에 '에어 수비드'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은 고객이 진공 포장된 식재료를 오븐에 넣고 온도를 설정하면 오븐이 해당 온도의 공기를 일정하게 내보내 음식을 천천히 골고루 익혀준다

한국 시장에서는 김치를 주력으로 식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식품과학연구소는 김치에 최적화된 유산균이 '류코노스톡균'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 균이 6.5℃ 온도에서 가장 잘 사는 만큼 김치냉장고의 적정 온도를 이에 맞춰주는 방식이다.

박상호 LG전자 푸드 사이언스 태스크 연구위원은 "집에서 만든 김치의 경우, 이러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톡 쏘면서 맛있게' 김치를 익히고, 이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시중에 판매하는 포장김치의 경우, LG씽큐앱으로 바코드를 인식해 최적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맞춤보관'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식품과학연구소는 서울대, 건국대 등의 국내 교수진과 농촌진흥청,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식품연구원 등 정부기관 및 연구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자문단과 공동으로 차세대 식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출시한 식물생활가전 틔운과 틔운 미니를 작물과 씨앗키트 개발도 맡고 있다.

◆ '워터소믈리에'와 함께 정수기 수질분석·전용필터 개발

LG전자 연구원(워터소믈리에)이 물성분 분석을 위한 전문장비 ICP-MS(이온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물과학연구소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인정받은 국가공인 수질시험기관이다. 지난 2018년 영국 환경식품농림부(DEFRA)가 주관하는 '식품분석숙련도평가'(FAPAS)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분석능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매년 해외 숙련도 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질분석실에 들어서자 수백여 개의 물 관련 샘플이 빼곡히 모여있었다. 물과학연구소는 국내외 LG퓨리케어 정수기 이용고객이 성분분석을 의뢰하면 이를 분석해 그 결과를 KOLAS 시험성적서로 발행해주고, 관련 솔루션도 찾아준다. 올해 9월까지 발행된 KOLAS 시험성적서만 6000건이 넘는다.

기기분석실에는 연구원들이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전문장비 ICP-MS(이온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 등을 활용해 수질을 0.001ppm(100만 분의1) 단위까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 수치는 세 계 60억 인구 중에 6명을 뽑는 수준이다.

이병기 LG전자 워터 사이언스 태스크 책임연구원은 "LG전자 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수질 등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방문 매니저가 무균 검체병에 이를 체취해 이곳 연구소에 보낸다"며 "최대 일주일 안에 성분 분석을 해서 KOLAS 성분분석서를 발행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별로 다른 물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맞춤형 필터 등을 개발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이 연구원은 "가령,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경수라는 특징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식기세척기 코스 이후 얼룩이 남는 등의 민원이 있어 따로 연수 장치를 추가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수기의 경우, 연구소 내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갖춘 직원들을 비롯해 물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LG전자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워터소믈리에는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처럼 미각, 후각 등을 통해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전문가다.

물과학연구소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국내 교수진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과 공동으로 차세대 필터, 위생 솔루션, 정밀 수질 분석 등 물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편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기분해살균 서비스 △직수형 정수기 △직수관 무상 교체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또한 △생수와 클린세척수가 나오는 출수구가 각각 있는 '듀얼 정수기' △국내 최초로 물이 지나는 정수기 내부 전 구간을 고온수로 살균해주는 '고온살균' 기능을 갖춘 상하좌우 정수기 △음성만으로 출수량을 설정하는 '음성인식 정수기'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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