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유사시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도입한 외국통화당국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와 국민연금 보유 미국 국채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환율안정의 필요성과 방안' 보고서를 통해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 수입기업·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중심의 자본 유출 촉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 가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활율 안정화 조치로는 외환당국의 실개입이 있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도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외화보유액이 줄어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과 같이 단기외채 비중이 증가한 상태에서 달러화 매도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축소는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의 부정적 시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추진키로 한 통화스와프에 대해 박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제공하고,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스와프를 진행하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각한 자금경색 등 특정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가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해 FIMA 레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FIMA 레포는 연준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는 환매조건부 달러화 대출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며 "상설 임시 레포기구를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기업이나 금융사에 대한 단기 외화대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미 국채를 담보로 해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달러화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한국은행에 대출하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를 17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44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에만 연고점을 11차례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