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이 경매보다는 급매를 선택하면서 전셋값보다 1000만 원 가량 낮은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봤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이런 매물만 찾는 문의도 종종 있어 일반적으로 깡통전세라고 불리는 집은 빠르게 팔리는 편입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금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매매가격이 높지 않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다. 이들 매물은 현금이 없더라도 매입 가능하거나 오히려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전세 세입자의 입장에선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재 보증금 2억4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돼 있는 매물이 전세금보다 낮은 2억3500만 원에 나와 있는데, 계약을 하게 되면 차익 5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전세 만기일이 내년 1월인데, 이 전까지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체결된 신규 거래가격 기준 강서·금천·양천구 주택의 전세가율은 각각 96.7%, 92.8%, 92.6%로 조사됐다. 관악·강동·구로구도 90%에 근접했으며 서울 평균은 84.5%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백분율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두 가격의 차이가 작다는 뜻이다. 통상 80%가 넘어가면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깡통전세 매물은 전세 계약이 임박했는데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거나 갭투자에 따른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경우 등 다양한 사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입자는 현금을 들이지 않고 집을 매입해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는 이들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보다 1000만~2000만 원 낮은 매물이 드물게 나오는데, 이같은 매물은 귀해서 금방 팔리고 있다"며 "팔려는 분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려는 분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차익을 내려고 매매거래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사정 있는 매물도 종종 나온다"며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인 집주인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급매로 처분한 사례도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깡통전세 매물을 사들이는 것은 위험성이 높은 투자로, 매입 결정에 신중할 것을 당부한다.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계약 만기일이 도래해도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시세차익을 통한 투자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와 매매거래는 개인 사이의 계약을 통해 이뤄져 집주인의 자본 현황을 제도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깡통전세를 매입한 경우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집값 전체보다 높은 전세금을 모두 돌려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집주인이 현금을 얹어서까지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물에는 의도나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세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전세가격도 기존보다 낮춰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통상 빌라는 대체주거 특성이 강해 아파트 가격보다 먼저 떨어지고 오르는데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상승 전환 이후에도 빌라를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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