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IFC몰 스와치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에 전부터 서 있던 20대 남성 고객이 직원과 한 두마디 나누고 발길을 돌렸다. 이 남성은 스위스 캐주얼 시계 회사 스와치가 지난 3월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손잡고 내놓은 '문스와치'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기다렸다. 그는 "매장 직원이 문스와치 재고가 없다고 해서 다음에 다시 와야할 것 같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이날 스와치 IFC몰점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장에 '문스와치'가 입고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문스와치' 구입 열기는 식은 모습이다. '문스와치' 출시됐던 지난 3월 스와치 매장 앞에는 연일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일부 고객들은 매장 앞에 캠핑용 의자를 깔아두고 앉아 '문스와치' 입고를 기다렸다. '문스와치'의 입고일과 시간, 수량 등은 매일 다르고 공개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와치 매장 앞 오픈런(매장 오픈 전부터 기다리는 것) 현상은 '문스와치'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연출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스와치 매장 관계자는 "간혹 고객들이 몰려 줄을 서기도 하지만, (문스와치) 출시 때와 비교하면 고객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많은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스와치' 돌풍이 잠잠한 이유로는 리셀(re-sell·재판매) 시장 가격 하락을 꼽을 수 있다. '문스와치'는 태양계 행성 이미지를 활용해 총 11개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국내 판매가격은 모두 33만1000원으로 동일하다. 30만 원대 시계지만 웃돈이 붙은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 3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문스와치 미션 투 더 문' 제품은 18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5월에는 다소 가격이 하락했지만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문스와치'의 리셀 시장 가격은 정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문스와치 미션 투더 썬'은 지난달 21일 정가 보다 1000원 하락한 33만 원에 거래됐다. '문스와치 미션 투 더 마스'도 정가보다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문스와치 미션 투 더 문'과 '문스와치 미션 투 더 머큐리' 등 인기 제품은 지금도 웃돈이 붙어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 리셀 업자들이 웃돈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사들이면서 가격이 뛰었던 것 같다"며 "이후 스와치 측이 1인당 구매 제한 판매를 실시하고 물량도 더 풀면서 리셀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스와치'가 리셀 시장에서 높은 가격이 유지될 수 없는 이유는 한정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매장에 입고가 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출시 6개월이 지난 '문스와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갈리고 있다. 고가의 오메가 '문워치'를 30만 원대에 경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비싼 스와치 시계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스와치와 오메가는 스와치그룹에 속한 시계 브랜드다. 스와치그룹에는 10여 개가 넘은 시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오메가는 스와치그룹에서 브레게와 블랑팡 등과 함께 럭셔리 브랜드다. '문스와치'는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디자인을 가져온 제품이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의 국내 판매 가격은 80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6000만 원이 넘는 모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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