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임기가 임박한 가운데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점쳐진다. 지난 몇 년간 라임 사태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하락하고, 증시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향후 3년간 업계를 이끌 수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치러지는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는 현재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 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나재철 협회장 역시 출마 가능성이 크게 대두한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일부가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자산운용사 출신 회장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3파전'으로 이뤄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인물은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이다. 그는 당사에 애널리스트로 입문, 수장직까지 올라섰다. 서 전 사장은 오랜 증권업계 경험과 금투협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황영기 금투협회장 당시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으로 2년동안 활동했다. 권용원 금투협회장 시절에는 이사회 멤버로서 회원이사와 자율규제 자문위원 역할을 맡기도 했다.
서 전 사장은 협회와 유관 연구기관들을 통해 상장사 책임을 강조해 상장사들로부터 자본시장 친화적인 움직임을 자아내겠다는 목표를 다지고 있다. 서 전 사장은 "최근 10년 성과를 보면 우리 자본시장은 타국 대비 성과가 상당히 저조하다"며 "리스크가 큰 기업 눈치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개별 증권사들을 위해 금투협은 할 말을 해야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은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를 거쳐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지냈다. 이후 NH투자증권에서 투자은행(IB) 전무,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정책·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양쪽을 두루 경험해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전 사장은 당국-업계-국민 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금투협회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협회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원칙 중심의 규제를 하고, 나머지는 자율규제기관인 협회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 회원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손에 잡히는 작은 규제들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나재철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연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던 그이지만 시장에서는 연임을 결단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임기 중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낸 데다 대체거래소(ATS)의 설립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투협는 다음 달 중순경 정기 이사회를 거쳐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식 후보 등록과 본격적인 선거운동 등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숏 리스트로 추려진다. 후보가 되면 약 한 달 반가량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다. 이후 정회원사에 해당하는 전체 의결권 보유자 과반이 투표에 참석해 총회를 연다. 그중 과반 득표를 얻으면 협회장에 당선될 수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아직 후임 회장을 뽑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다음 달 중 공고를 낸 뒤 12월에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투협 정회원사는 △증권사 57곳 △자산운용사 299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4곳 등 376곳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증권사 3만8817명 △자산운용사 1만2055명 △신탁사 2917명 △선물사 371명 등 5만416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