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선 동문건설 부회장, '잔 다르크 리더십'으로 재도약 준비


경주선 부회장, 건설업 경험 풍부하지만…
지배력 확고하지 않아

경주선(오른쪽 작은 사진) 동문건설 부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의 장녀로 일찌감치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후계자로 불렸다. /더팩트 DB, 동문건설 제공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건설 업계는 '마초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질 만큼 여성 경영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초 업종 속에서 최근 여성 오너 경영인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문굿모닝힐'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익숙한 동문건설의 여성 오너 경영인 경주선(37) 부회장은 '잔 다르크'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는 퇴근 후 현장 직원들과 소주를 나눠 마시며 격려를 하기도 하고, 때론 여성의 시각으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동문건설은 경주선 부회장 체제에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경주선 부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경재용 회장의 장녀로 일찌감치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현재 부친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는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IT기업을 다니다 2012년 동문건설 주택영업팀에 들어왔다. 이후 2016년 경기 평택의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동문건설의 관계사인 동문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경주선 부회장은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주선 부회장은 '여장부 경영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 현장을 자주 찾아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회식을 할 때는 직원과 소주를 마시는 등 소탈한 면모의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건축 설계에도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분양 당시 주부들을 위한 특화 시설과 커뮤니티 시설 등에 경주선 부회장의 섬세한 설계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이 단지 분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경주선 부회장이 회사 내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했지만 지배력은 확고하지 않다. 경주선 부회장의 오빠인 경우선(40) 씨는 동문건설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경우선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석사를 취득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남매의 행보는 전혀 다르지만 회사 지분은 비슷하다. 경주선 부회장은 ㈜동문 지분 51.0%, 경우선 씨는 49.0%를 보유하고 있다. 동문산업개발은 동문건설이 49%, 경주선 부회장 25.93%, 경우선 씨 25.07%를 보유 중이다. 동문건설은 경재용 회장이 39.72%, ㈜동문 52.49%, 동문산업개발 6.0%를 들고 있다. 회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동문이 동문건설을 지배하고 있다. 동문건설은 부동산 개발·공급 업체인 동문산업개발을 지배한다.

경주선 부회장이 경우선 씨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이지만 지배력이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재용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문건설 지분 향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경재용 회장의 지분 상속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도 "두 사람의 사이가 돈독하기 때문에 상속 문제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주선 부회장이 오랫동안 회사 경영에 참여한 만큼 상속분이 더 많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만약 경재용 회장의 동문건설 지분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된다면 경재용 회장의 아내 박옥분 씨가 지분 17.02%를 가져가게 된다. 경주선 부회장과 경우선 씨는 각각 동문건설 지분 11.34%를 상속받는다. 박옥분 씨가 동문건설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며 향후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동문건설은 지난해 8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동문디이스트를 론칭하고 배우 이제훈(사진)을 모델로 내세워 이름을 알렸다. /유튜브 캡처

◆ 2000년대 시공순위 40위권…동문건설은 어떤 회사인가

경재용 회장은 지난 1984년 3월 동문건설을 설립하고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를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다. 동문건설의 사명은 '동쪽으로 문을 내어, 남향 위주의 집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경재용 회장은 싸고 튼튼한 집을 짓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갔다. 2006년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 49위까지 뛰어 오르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면서 동문건설의 침체기가 시작됐다. 당시 종속기업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흔들렸고 결국 동문건설은 2009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10여 년의 기간 동안 자력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어 내면서 2019년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를 마쳤다.

워크아웃 졸업 후 시평순위는 오름세다. 시평순위는 2018년 100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으나 올해 76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시평액은 3920억 원이다. 동문건설은 지난해 매출 4048억 원, 영업이익 54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57억 원, 394억 원이었다.

동문건설은 현재 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인 '동문굿모닝힐'을 비롯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동문디이스트', 하이엔드 타운하우스 브랜드 '윈슬카운티', 고급 주상복합 브랜드 '동문아뮤티' 등이다.

동문건설은 주택시장에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붐이 일자 지난해 8월 '동문디이스트'를 선보였다. 디이스트는 정관사 '디(the)'와 형용사에서 최상급을 나타내는 '이스트(est)'를 결합해 최상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 론칭 당시 영화배우 이제훈을 모델로 기용해 TV광고와 온라인, 옥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신규 브랜드를 알렸다.

동문건설이 보유한 2개의 아파트 브랜드는 조만간 '동문디이스트'로 단일화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동문건설의 아파트는 20년 넘게 동문굿모닝힐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당장 브랜드를 지울 수 없다"며 "앞으로 동문디이스트 브랜드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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