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라면가격 인상 시점 놓고 '고심'하는 이유


"경쟁사 대비 해외 매출 비중 높아…고환율 수혜 보는 상황"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삼양식품은 홀로 라면 가격 인상 시점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농심을 비롯해 오뚜기·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삼양식품은 홀로 라면 가격 인상 시점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경쟁사 대비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고 서민음식으로 불리는 라면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인상 자제 요청에 눈치를 보며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는 다음 달 1일부터 평균 9.8% 인상할 계획이며, 오뚜기 역시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가격을 11.0% 올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처럼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삼양식품은 아직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은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 유통하는 사또밥, 짱구 뽀빠이 등 과자 제품의 가격을 15.3% 올린다고 밝혔지만 주력 제품인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라면 가격은 당분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다른 업체들과 달리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의 제품 가격 인상이 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삼양식품의 수익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자재 수입 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때 환차익이 발생해 추가 이익을 주고 있다.

특히 수출이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에는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영업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양식품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5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1% 늘었다. 영업이익은 81.1% 늘어난 518억 원을 기록했다. 면스낵 전체 매출은 4480억 원이며, 이 중 수출액은 3161억 원으로 70.6%에 달한다. 삼양식품의 경우 면스낵 매출의 대부분은 라면이 차지하고 있고 스낵 매출은 연간 20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농심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30% 후반 내외이며, 오뚜기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11%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수출 비중이 높고 고환율 수혜를 보는 상황이라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어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며 "환율 상황이 바뀌면 인상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5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1% 늘었다. /문수연 기자

관련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라면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는 회사인 만큼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보고 가격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물가안정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농식품부는 최근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여타 업체의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고물가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참고 견디는 상황인 가운데, 식품업계는 대체로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고 있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재료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라면 업계 모두 같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라면 제조에 쓰이는 원료는 지난해 기준 소맥분(밀가루), 팜유, 감자전분 순으로 사용량이 많았다. 전체 원료 중 국산 원료 사용 비중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며, 수입산 원료 비중이 높은 라면업계에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회사는 최소 6개월 전에 원재료를 미리 사두기 때문에 최근 곡물가의 하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난 2분기에 최고점을 찍었던 국제 곡물 가격은 3분기 수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라면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과 호주에서 밀을 수입해 국내에서 밀가루 형태로 가공 후 라면 제조에 사용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국제 공급망과 물류에 차질이 생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고온, 가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밀 가격은 올해 5월 1톤당 45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7월에는 320.71달러로 하락했다. 현재는 29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올해 안에 라면 가격의 추가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지 못한 상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회사의 주력 상품인 라면 가격 인상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이며 구체적인 인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