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내달 공사재개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에 이목이 집중된다. 조합이 분담금 부담을 덜기 위해 평(3.3㎡)당 분양가를 3600만 원 이상으로 높일 경우 전용면적 84㎡(약 25평) 이상 아파트부터는 분양가 9억 원을 넘기게 된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며 통상 공급물량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평형의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것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는 올해 4월부터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며 분양 일정이 밀렸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측의 계획대로 내달부터 공사가 다시 시작된다면 내년 초에는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측에 전달한 공사 도급금액은 4조3400억 원에 달한다. 이 공사비는 지난 2020년 6월 증액된 공사비 3조2000억 원과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상금 약 1조1400억 원을 더한 금액이다.
공사비가 늘어나며 6100명에 달하는 조합원 1인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도 1억8000만 원씩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금액이 모두 분양가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다. 분양가는 크게 택지비(땅값)와 건축비(공사비)를 더한 값으로 산정되는데, 증액의 세부 비용 가운데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 많아서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비용(3644억 원)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금액(1125억 원) 등은 건축비와 택지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시공사업단이 통보한 공사비가 한국부동산원의 승인을 받게 되면 단지의 평당 공사비는 약 660만 원 수준이 된다. 만약 공사중단에 따른 비용 등 일부 항목이 분양가 산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공사비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올해 4월 부동산원이 둔촌주공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되는 택지비로 확정한 가격은 평당 약 2130만 원이다.
택지비와 공사비에 가산비를 더하면 최종 분양가가 결정된다. 국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에는 택지가산비 항목에 조합원 이주를 위한 금융비, 주거이전비, 명도소송비 등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산비 항목을 끌어올리게 되면 둔촌주공 분양가도 평당 3600만~4000만 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에 인상된 공사비 등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다. 검증에는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내달 15일 총회를 열고 부동산원의 검증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하겠다는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를 포함한 공사재개를 위한 안건이 통과되면 내달 17일부터 공사재개를 준비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1분기에는 둔촌주공 조합이 분양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이 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3400만~3600만 원 수준이지만 지난 15일부로 국토교통부가 기본형 건축비를 2.53% 올렸기 때문에 이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년 초까지 금융당국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되고 있어 청약시장 한파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길 경우 중도금 대출이 막혀 청약통장을 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평당 분양가가 3500만 원을 넘길 경우 25평형 이상부터 분양가 9억 원을 넘기게 된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금리인상과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대출여건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 청약시장 한파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 분양가를 높여 분담금을 줄이려 하겠지만 미분양을 고려하면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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