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증시를 역행하고 있다. 회장님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약세장을 뒤엎고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굴지의 국내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원석 발굴에 힘쓰고 있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주주들의 관계가 그간 우호적인 양상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주주들은 뛰어 오른 주가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SM엔터테인먼트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에 회사가 응답한지 불과 하루 만이다.
22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은 전 거래일 대비 0.39%(300원) 내린 7만7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장이었으나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린 결정이 단행된 15일(6만4500원) 대비 여전히 20% 가량 올라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시를 통해 "당사는 프로듀싱 계약 상대방인 라이크기획으로부터 프로듀싱 계약의 조기 종료 의사를 수령한 바 이와 관련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고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공시 직후 하루 만에 18.6%(1만2000원)가 오른 7만6500원에 마감하면서 투자자들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외인은 무려 67만 여 주나 사들였으며,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사자'를 기록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역할이 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약 1.1%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대한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회사 측에서 내건 사외이사를 주총 당일 후보사퇴로 이어지게 한 바 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두 번째 주주서한을 통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라이크기획에 대한 리스크를 재차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총일로부터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라이크기획 계약 문제와 관련해 개선 방안이나 진행상황이 발표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상반기 영업이익 386억 원 중 30%에 달하는 114억 원이 여전히 라이크기획에 수수료로 지급됐다"며 "9월15일까지 라이크기획과 계약 문제 개선 계획 및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 회사로 지목돼 왔다. SM엔터테인먼트와 프로듀싱 계약을 맺고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받아 매출을 냈으며 지난해는 240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114억 원의 인세를 지급 받아 왔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운영하는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당장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알린 것은 아니나 이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한다고 공시한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들은 호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가도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공시에 따라 목표주가를 올려 잡기도 했다. 일각에서 지목된 프로듀싱 용역비 지출이나 지배구조 리스크 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해서다. 9만1000원에서 10만3000원으로 올린 한화투자증권과 9만3000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한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공백이 향후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나 사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총괄 프로듀서가 세계에 K팝 시장을 개척한 상징적 인물인 것은 물론, 차세대 콘텐츠 기술로 평가받는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콘텐츠 등 미래 산업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투자를 단행해 성과를 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H.O.T부터 NCT127까지 연일 성공 신화를 이룩했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공백이 생긴다면 장기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라이크기획만 떼어내는 것을 넘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그간 형성해온 인적 인프라가 배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조 원 규모의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한류와 K팝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그의 영향력이 가져다 주는 수치적 문제에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이크기획에 들어갔던 연간 300억 원 가량의 인세가 절감된다면 당장 비용 절감이 이뤄지기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의 수익성은 일시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높다"면서도 "프로듀싱 부문에서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와 금리 인상, 고물가 등으로 인한 국내증시 약세장이 거듭됨에 따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