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며 13년 6개월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치솟는 환율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13.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3월 31일(1422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달러화는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단행한 금리 인상 여파로 강세를 보였다.
앞서 연준은 지난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스 스텝을 단행했다. 특히 앞으로도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발표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매우 확실한 증거를 확인할 때까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2% 목표까지 끌어내리기로 강력히 결의했고, 우리는 그 일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위원 19명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 6명은 내년 중 금리가 4.75%~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4.4%, 2023년에는 4.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앞으로 나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 또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한·미 기준금리 차 변화가 원·달러 환율에 미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베이비 스텝)할 경우 오는 10월 환율 상승률은 22.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1달러당 환율은 1434.2원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고환율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 양 기관의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약 14년 만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오고 대신 원화를 한은에 빌려주는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실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맺게 되면 국민연금은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해외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주고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공급받는 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액을 늘려도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한은도 국내에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 기대를 반영하면 달러화는 추가 3~4% 강세, 원·달러 환율은 1430원과 1450원 정도가 상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달러의 강세에 대한 기대는 점점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고점은 11월과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혹은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 약화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