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국내 ICT 기업들이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용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묻는 말에 답변하던 '음성검색' 수준의 AI를 넘어 창작, 돌봄 등으로 AI 사용처가 늘어날 전망이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초거대 AI 구축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초거대 AI는 인간의 뇌의 활동을 알고리즘을 통해 모방한다. 기존의 AI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한 AI 개발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는 앞선 알고리즘에서 처리한 정보를 그 다음 단계로 전달하며 답안을 좁혀나간다"라며 " 가령, 손을 날카로운 것에 베었을 때, 가장 먼저 손가락 끝의 신경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뇌에 전달돼 '아프다'는 감각을 인지하는 것처럼, 앞선 알고리즘에서 처리한 정보값을 다음 알고리즘에 전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파라미터(매개변수)다. 각각의 정보를 처리하는 단위인 파라미터의 규모가 클수록 정교한 학습이 가능하다. 충분한 파라미터와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만 갖춰지면, 언어와 이미지를 처리도 자연스러워진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2040억 개 파라미터 규모), 카카오는 KoGPT(60억 파라미터 규모), LG그룹은 엑사원(3000억 개 파라미터 규모) 등의 초거대 AI 모델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앞서 네이버는 독거노인 돌봄 솔루션 'AI케어콜'을 비롯해 '클로바스튜디오', 'AI리뷰 요약'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초거대 AI 모델 지원 사업에 참여해 국내 대학·연구소·중소기업(스타트업) 등에 하이퍼클로바를 공급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연구조직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생태계를 확장한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달 약 7억4000만 개의 이미지-텍스트로 구성된 데이터셋인 '코요'(Coyo)를 외부에 공개했다. 코요는 카카오의 이미지 생성 초거대 AI 모델 'RQ-Transformer'와 AI 아티스트 '칼로'(Karlo)에도 적용된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내년 상반기 중 코요 데이터셋을 활용한 초거대 AI 모델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카오브레인은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함께 시 쓰는 AI모델 '시아'(SIA)를 개발하고 지난달 첫 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했다.
LG는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와 함께 AI 관련 협업을 예고했다. LG와 파슨스는 엑사원 기반의 디자인 및 예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 및 방법론을 3년간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문 디자이너 및 예술가와 협업하는 AI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사들도 초거대AI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1750억 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초거대 AI모델 GPT-3를 기반으로 자체 자연어 모델을 구축했다. K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해 연내 초거대 AI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초거대 AI는 이미 다양한 상용 서비스에 적용돼 있으며, 고도화된 IT 서비스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다"며 "이들 기업이 한국어 기반의 초거대 AI 구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의 등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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