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주가, 8개월새 반토막…물적분할 강행할까


16일 4만2100원 장 마감…소액주주들 반발 증폭

16일 DB하이텍은 전 거래일(4만2500원)보다 0.94%(400원) 하락한 4만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DB하이텍 제공

[더팩트|윤정원 기자] DB그룹이 제조업 알짜 자회사인 DB하이텍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 분할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미래 먹거리인 팹리스 분할 소식에 DB하이텍의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DB그룹이 일부러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사업부 분할을 추진한다는 말도 나온다.

16일 DB하이텍은 전 거래일(4만2500원)보다 0.94%(400원) 하락한 4만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4만1800원까지도 떨어졌다. DB하이텍이 7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팹리스 사업부에 대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후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와 견주면 거진 반토막이 났다.

DB그룹이 DB하이텍을 물적분할하려는 것은 DB하이텍의 모회사이자 제조업 분야의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DB아이엔씨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로 전환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000억 원,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DB아이엔씨는 지난해 자회사 DB하이텍의 지분가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주회사 전환 요건이 해당하게 됐다.

문제는 지주사격인 DB아이엔씨를 비롯해 DB그룹 특수관계인들의 DB하이텍 지분이 17.84%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DB아이엔씨가 지주사로 전환을 하려면 약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DB아이엔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별도 기준 256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DB그룹이 DB하이텍의 매출 20% 가량을 차지하는 팹리스를 분할해서 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할이슈로 주가를 떨어뜨려서 지분율 확보를 위한 자금규모를 줄이고, 분할상장으로 추가 실탄까지 확보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DB그룹 재무 건과 고금리 금융시장 상황으로 외부 차입이 힘들다"면서 "DB하이텍은 DB그룹이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버릴 수 없는 기업이기 때문에 물적분할을 통해 가치를 낮추고,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추가로 인수해야할 17%의 지분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융업 중심으로 이미 사업개편을 끝낸 DB그룹이 DB하이텍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DB그룹은 DB손해보험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구조로 금융업에 대한 지배체제가 완벽하게 잡힌 상태다. 제조업은 DB아이엔씨가 DB에프아이에스와 DB하이텍을 지배하고, DB하이텍이 DB메탈을 다시 지배하는 구조다. 금융업에 비하면 제조업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DB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DB하이텍을 매각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DB하이텍은 1997년 설립된 이후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DB그룹은 DB하이텍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9년에는 김중기 회장이 3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이런 곡절을 지나 DB그룹의 미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는 업체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올해 2분기 기준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DB그룹 측은 분사를 해도 기업 가치의 훼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모두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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