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광주의 건설 현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이 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회사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이미 결정된 영업정지 조치는 실효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올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화정 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지며 작업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6월 9일에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잇따른 사고에도 현대산업개발은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 30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정비사업 수주액과 견주어도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올해 2월 경기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와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사업비는 각각 4174억 원, 2826억 원 등이다. 당시 수주전에서 조합의 이주비 지원,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 골조 보증기간 30년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개발 사업도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달 27일 동대문구 용두1구역 6지구 공공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해당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시행자로 나섯 첫 공공재개발 현장이다. 공사비 6614억 원 규모로 양사가 각각 50% 지분으로 공사한다.
이처럼 현대산업개발이 수주고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광주학동현장의 철거사고와 관련해 ‘부실 시공’과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혐의로 각각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부실 시공 혐의에 대한 처분의 경우 현재 집행정지 상태다. 회사는 해당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 역시 과징금 4억600만 원으로 대체됐다.
화정 아이파크 외벽붕괴 사고로 인한 영업정지는 현재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에서 행정절차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서울시에 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 등록말소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이달 중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처분이 다시 영업정지에 그칠 경우 정지 기간 동안만 신규수주가 중단된다. 국토부의 요청대로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수주한 공사만 마무리한 뒤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의 상식을 한참 벗어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은 서울시의 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이 늦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행정처분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광주시의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3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등록말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건설기업노조도 지난달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말소 처분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외벽이 무너진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짓는다. 사측이 추산한 철거와 재시공, 입주지연에 따른 주민 보상비는 3700억 원 수준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은 3377억 4300만 원을 사고에 따른 손실비용으로 반영했다. 이를 제외하면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102억 6700만 원으로, 직전분기 2232억 6333만 원보다 약 4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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