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주주들 "물적분할 절대 반대"…풍산에 무슨 일이?


"물적분할로 알짜 산업 떼어낸다니…한 주도 못 받는 것은 피해"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방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비상장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을 설립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풍산의 방산사업부 물적분할 소식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풍산은 방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비상장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를 설립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풍산이 지난 7일 방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비상장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을 설립한다고 공시한 이후 일반 주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풍산 공시에 따르면,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는 방산 분야인 화학과 화학 원료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며 탄약(스포츠탄)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존속법인인 풍산은 동과 동합금소재, 가공품의 제조판매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31일이며, 분할 기일은 12월 1일이다.

풍산은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물적분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풍산은 공시를 통해 "분할된 회사는 각 사업부문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사업 재편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분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사진=풍산그룹

풍산 일반주주들은 비판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풍산의 방산 부문은 향후 성장 기대감이 집중된 사업부로 평가받고 있는데 소위 '알짜배기' 사업인 방산을 떼어 내면 주주가치 훼손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회사 측이 선택한 방식에 따르면 분할 전 회사 모기업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되며, 상장 시 모기업 기존 주주들은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다. 풍산의 핵심사업인 방산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물적분할로 방산 부문이 떼어내져도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들이 새로 생기는 회사의 주식을 나눠갖게 된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풍산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온라인 카페 '풍산 소액주주 연대'와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반발을 위한 대처에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모여 입장 표명과 법적 처사 등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DB하이텍 등 물적분할 이슈가 있는 종목의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개설한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 카페'에도 주주들이 모여들고 있다. 해당 카페에 글을 게시한 소액주주 A씨는 "풍산에서 만든 총알을 맞고 아찔하다. 회사로부터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며 "소액주주와는 공유하지 않고 오너 일가만 배불리려고 하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힘을 합해 훼손된 주주가치를 되찾자"고 말했다.

일부 주주들은 풍산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온라인 카페 풍산 소액주주 연대와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반발을 위한 대처에 나섰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갈무리

주주들이 우려한 풍산 주가 하락은 실제 상황이 됐다. 알짜 사업부가 분할한다는 소식이 곧장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앞서 풍산이 공시에 나선 시각은 지난 7일 장 마감 직전인 3시 18분경으로, 당시 2%대 강세를 보였던 풍산 주가는 2% 내린 3만450원으로 하락 반전한 채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매매에서 하락세가 이어지며 2만900원대까지 밀렸다. 이후 주가는 7일 3만450원(종가)에서 14일 2만7750원으로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 8.86% 낙하했다.

현재 풍산은 기존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신설법인은 비상장 상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모회사가 동시 상장할 경우 나타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저평가)'를 우려한 처사다.

또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진행하는 점에 대해 풍산 측 관계자는 "구리 사업(신동사업)과 방산부문이 서로 이질적이기에 독자적 책임 경영을 위해 분할하기로 했다. 방산부문 신설법인은 자체 영업이익으로 활발하게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주주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등으로 가치가 오른 방산부문을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로 떼내 한 주도 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피해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주들의 반대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최근 소액주주 보호 대책이 대두됨에 따라 풍산이 이를 시행할지와 실제로 물적분할을 완수해낼 지에도 시선이 모인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모회사에서 물적분할된 자회사 상장의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의 형태로 자회사 주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액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문제 외에도 거래소가 주주 보호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상장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당장 나타날 주주가치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상태가 유지된다면 기존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없어 주가에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존속법인 풍산이 신설법인 풍산디펜스의 지분 100%를 갖고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번 기업 분할로 인한 현시점에서의 기업가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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