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 매입 비용·재고 회전율 '첩첩산중'…주가 부진 이어지나


7일 1만8300원 거래 종료…공모가 대비 27% '뚝'

7일 케이카는 전 거래일(1만9450원) 대비 5.91%(1150원) 떨어진 1만83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있는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K-Car(케이카)의 주가가 지난해 10월 상장 이래 계속해 미끄러지고 있다. 아쉬운 실적까지 발표되며 증권사에서도 케이카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는 추이다.

◆ 구주매출 91.07%…최대주주 배만 불렸다

케이카의 전신은 SK엔카다. SK엔카는 1999년 SK 사내벤처로 시작, 2000년 12월 엔카네트워크란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SK 계열사가 됐다. 2007년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에너지가 엔카네트워크의 최대주주가 됐다가 2012년에는 SK C&C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2013년 SKC&C가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독립법인 생활을 끝내고 SK C&C 중고차 사업부로 편입됐다.

그러나 같은 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사업을 2019년까지 6년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대기업인 SK그룹은 중고차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중고차 사업을 온라인 부문과 오프라인 부문으로 나눠서 온라인 부문(SK엔카닷컴)은 합작파트너였던 호주회사 카세일홀딩스에 팔았다. 오프라인 부문(SK엔카 직영사업부)은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를 완료한 2018년 회사 이름을 현재의 케이카로 바꿨다.

케이카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였으나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케이카는 앞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3만4300~4만3200원) 하단에서도 27% 낮춘 가격으로 확정했다. 기관 수요 예측 결과 참여기관 수는 371곳에 머물렀고, 케이카 경쟁률 40대 1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케이카는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케이카는 공모청약에서 전체 공모 주식 중 25%에 해당하는 336만6058주를 공모했으나 청약 참여 건수는 8만9492건, 일반 청약 결과 경쟁률도 8.72대 1에 그쳤다. 증거금은 3668억 원이 모였다.

당시 케이카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까닭은 구주매출 물량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케이카가 코스피에 입성할 당시 총 공모주식수(1346만4231주)에서 구주매출주식수는 1226만2067주로 공모 물량의 91.07%를 차지했다. 신주모집 주식수는 120만2164주에 그쳤다.

구주매출은 당시 케이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로부터 이뤄졌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의 지분 일부를 파는 것으로,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케이카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배만 불리는 꼴로, 투자자들로서는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에서도 "구주매출 자체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에게 비추는 시그널이 될 수는 있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다만 당시 케이카 측은 "IPO의 목적이 브랜드 인지도 및 소비자 신뢰도 제고에 있다"며 높은 비중의 구주매출을 고집한 배경을 밝혔다. 케이카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갖추고 있고 중고차 유통사업 특성상 당장 큰 규모의 자본적 지출을 요하지 않기에 과다한 신주발행은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상원 대표이사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케이카의 최대주주로 있다. /임영무 기자

◆ 예견됐던 주가 부진…증권가, 목표주가 하향 조정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은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부진한 경우가 다반사다. 구주매출 비중 50%에 이르렀던 롯데렌탈 역시 주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가를 5만9000원으로 정했던 롯데렌탈은 상장 첫날인 지난해 8월 19일 공모가를 밑도는 5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고, 현재는 3만5000원 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롯데렌탈의 종가는 전일(3만6100원) 대비 2.63%(950원) 하락한 3만5150원이다.

같은 날 케이카는 전 거래일(1만9450원) 대비 5.91%(1150원) 떨어진 1만83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지난 7월 13일 기록한 최저가(1만8050원)도 위협하는 모습이다. 케이카는 지난 6월 7일(2만5200원) 이후 공모가(2만5000원)보다 한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점치는 케이카의 주가도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케이카의 목표주가는 2만7750원 수준이다. 한달 전인 7월 말(3만5500원)과 견주면 21.83% 쪼그라들었다.

전망치가 낮아지는 것은 케이카의 실적 부진에서 기인한다. 케이카는 올해 2분기 매출액 5876억 원, 영업이익 114억 원, 당기순이익은 6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1.1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73%, 53.74%나 줄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중고차 거래 위축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액 성장을 올렸으나 매입 비용 증가와 재고 회전율 하락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더욱이 최근 태풍 및 폭우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도 좋지 못 한 상황이다. 케이카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직영점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침수된 재고 차량 200여 대는 전량 폐차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케이카 측에서는 침수차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구매 피해 우려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케이카의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은 고객이 차량 구매 후 90일 이내에 케이카 차량 진단 결과와 달리 침수 이력이 있는 차로 확인될 경우, 차량 가격과 이전 비용 등 전액 환불은 물론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보상금은 500만 원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매입 경쟁 심화와 매입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4만 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했다. 최 연구원은 "2분기 케이카 홈서비스, 대차 등 C2B(Customer-to-business) 직접 매입 비중이 27%까지 늘었는데, 매입 부문 인력과 채널별 매입가격 전략 고도화의 성과로 판단한다"며 "이는 향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중고차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중개 플랫폼 매입 비중을 축소하고 중개 수수료가 없는 자체 '내 차 팔기' 플랫폼 매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진한 실적 및 주가와 관련해 케이카 관계자는 "국내 증시시장에서 중고차 거래를 메인으로 하는 사업자가 케이카 뿐이라 부진해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어려운 매크로를 가장 잘 이겨내고 있다"며 "1, 2분기를 거치며 현 시장상황에 맞는 정책수정 및 재고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었고, 그 결과 영업지표 개선이 지속 이어지고 있다. 신차생산 회복, 기업형 사업자 시장 확대 등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하기에 내년 이후에는 더 나은 영업환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21일 기준 한앤컴퍼니는 케이카 지분 72.47%(3540만8522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비율은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 70.86%(3462만2302주) △정인국 케이카 대표이사 1.00%(48만7615주) △배무근 케이카 CFO(최고재무책임자) 0.61%(29만8605주) 등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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