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뚝뚝, 킹달러 쇼크…이달 내 1400원 뚫나 


환율 장중 1380선 돌파…또 연고점 경신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달러당 1384.1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외환시장 흐름을 바꿀 요인도 적어 이달 중 1400원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달러당 1384.1원까지 오르며 전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77원)을 하루 만에 다시 경신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하며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무려 120원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달러화 가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연일 상승세다. 특히, 전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미국의 8월 서비스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호조를 보이면서 긴축 우려가 확대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빠르게 금리를 올렸음에도 미국 경기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8월 미국의 서비스업 PMI는 56.9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55.5)를 훌쩍 넘어서자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순항이 달러 강세를 더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5%대, 10년물 금리는 3.3%대에서 오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앞서 5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는 월례 회의 이후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 대비 1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은 지난 8월 수준(하루 4385만배럴)으로 다시 줄게 됐다. 천연가스와 석유 부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 자산 매수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에 실물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상 고환율은 가격 경쟁력 증가로 이어져 수출도 늘었으나, 올해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출 둔화 등으로 적자가 커졌다. 올해 무역수지는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8월 적자 규모는 94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섰다.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인 454억달러 가운데 에너지·석유제품(정유)의 단가요인이 353억달러로 78%에 해당했다.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천연가스, 석유 등의 가격 상승으로 도시가스나 기름값 부담이 오르고 있는데,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와 밀 등 원료 물가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물가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은 환율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이달 중 14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내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ed의 금리인상은 물론 유동성 축소가 9월에 굉장히 빨리 지면서 1400원을 뚫을 수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도 환율 상승 압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9월에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달러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외환 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한 "9월 FOMC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다. 수급 쏠림 감안 시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원화가치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은 전일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달러화 강세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대내외 불안 요인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화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외화 조달·운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하여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수출입기업 지원을 위해 충분한 외화자금 확보를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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