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거래량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주택 매입의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6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현재 적용되고 있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고가 아파트에 적용되는 현행 규제는 앞서 2019년 12월 지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긴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올해 들어 주택거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95건에 그쳤다.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았으나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7월(640건)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매매수급지수도 1년 넘게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8월2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81.8로 2019년 7월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급지수는 17주 연속 하락세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거래 활성화 여부에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처의 영향권이 비교적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15억 원 초과 주택에 제한된다는 것이다. 또 연말까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대출규제가 유지되고 있어 여전히 주택마련에 필요한 현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데이터랩장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3년간 계약일 기준으로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서울 12.4%, 수도권 2.9% 수준에 불과하고, 전국 단위로는 1.3% 수준"이라며 "이번 규제완화 논의에 따른 수혜는 서울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담대 여신은 소득대비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DSR이 적용되고 있고, 최근 대출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인식, 매수 위축으로 주택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거래증가나 가격상승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현재로서는 매수자들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어, 15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주담대 허용안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대출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될뿐더러 DSR규제가 적용되면 15억 원 주택 기준 대출한도가 4억8000만 원에 불과한 수준이라 여전히 주택 매입에 필요한 현금 비중은 높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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