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2000년대 국내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리바다가 20년 만에 증시 퇴출을 앞두고 씁쓸한 결말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정리할 기회가 제공되는 정리매매 절차를 밟고 있으나 폭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주가를 타고 있어서다.
1일 소리바다는 전 거래일 대비 31.92% 내린 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리매매 개시 전 3960원이던 주가가 절차를 밟은 지 4일 만에 88%가 빠진 결과다. 정리매매는 일반 거래와 달리 단일가 매매로 30분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기존 주주들이 너나할 것 없이 매도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정리매매 이틀 째인 지난달 30일 소리바다는 전 거래일 대비 115% 상승하는 이상현상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주가가 정리매매 첫 날 과도하게 내렸기 떄문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이후 이틀 연속 소폭 하락 마감했으나, 여전히 매수와 매도가 겹친 채 일일 거래량 250만 건을 넘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31일 소리바다의 상장폐지를 의결한 바 있다. 소리바다의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 의견거절이 원인이다. 2019년 75억 원, 2020년 94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게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렇다고 소리바다가 완전히 증시에서 퇴출된 것은 아니었다. 거래는 정지됐지만 2021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 이슈를 해소하면 재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소리바다는 2020년까지 가수들을 초대해 시상하는 '소리바다어워즈'를 개최하면서 실적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또 2021년 3월 경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협업한다는 풍문으로 주가가 급등하며 소리바다의 기사회생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다만 풍문에 대한 공시는 없었으며, 2021년 5월에도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여갔다.
결국 소리바다는 지난 6월15일 또다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소리바다 측이 법원에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잠시 시간을 벌었지만, 이마저도 기각되면서 반전에 실패했다.
증권가에서는 소리바다의 상장폐지를 두고 경영권 분쟁과 적자경영에 따른 예견된 결과로 보고 있다. 소리바다는 2000년 5월 MP3 파일 형태의 음악을 P2P 방식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로 등장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나 저작권법 위반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업체다.
그럼에도 2007년부터 합법적으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해 명맥을 이어갔다. 다만 지배주주인 제이메이슨과 인수 의사를 보였던 중부코퍼레이션이 매각 건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2000년대를 음악시장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두고 경쟁했던 벅스뮤직이나 멜론이 각각 NHN, 카카오 등 대기업 품에 안기면서 사세를 확대해 경쟁에 뒤쳐진 것도 연속된 적자 경영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된 소리바다는 지난달 29일부터 정리매매 절차를 밟고 있다. 정리매매 기한은 오는 6일까지이며, 7일부터 증시에서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했을 때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가 단기간에 판매하는 투기성 거래를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