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달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기반 노동자와 은퇴 인구 증가, 무인주문기(키오스크) 도입 등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1.1%) 늘어난 43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45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혼자 또는 무급가족종사자와 함께 독립적인 형태로 전문적인 업을 수행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배달 대행업체 등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며, 이와 같은 14년 만의 최대치 기록은 최근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기반의 노동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표본 조사를 통해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수를 집계해 매월 고용동향에서 공표하고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증감률로 봤을 때 2019년 2월부터 4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서 운수와 창고업 종사자의 비중은 2018년 7월 13.9%에서 지난 7월 16.4%로 4년 새 2.5%포인트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등 은퇴 인구가 증가하면서 창업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에는 플랫폼 기반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반영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고령층 인구가 늘면서 농림어업 쪽 종사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중 농림·임업과 어업 종사자의 비율이 같은 기간 21.6%에서 23.5%로 늘었다. 농림·임업과 어업 종사자는 6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키오스크 도입, 배달앱 이용 증가, 서빙 로봇의 활용 등으로 종업원을 고용할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등 디지털 전환으로 자영업 사업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최저임금 인상,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종업원을 내보내는 등 자영업 내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2018년 7월 29.1%에서 지난 7월 23.8%로 줄었으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70.9%에서 76.2%로 늘었다.
최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소상공인에 58조 원 상당의 신규·대환자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구축, 기업가 정신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