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서면서 고환율 장세가 지속되자 항공사들의 환손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거액의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 고정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세계 경기침체 기조의 확산으로 여행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환손실 규모는 각각 2051억 원, 2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500억 원대 환손실을 입었으며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260억 원, 224억 원의 손실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284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각각 6000억 원, 4000억 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0.25%였던 기준금리를 3년여 만에 처음으로 0.25%p(포인트) 올린 뒤 5월, 6월 7월 연속으로 올려 현재 2.50%를 기록하고 있다. 연내 2차례 인상이 더 예정돼 있는만큼 기준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게 돼 환율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미국의 상승세가 가팔라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환차손이 나타나는 가운데 여행객들조차 경기침체 효과로 줄어들면서 항공사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초 올 하계 성수기 기간 인천공항의 일평균 이용객 수를 8만5621명으로 예상했지만, 예상 보다 2만 명이 적은 6만명 대를 보였다. 올 하계 성수기 기간 이용객이 가장 많은 날은 지난달 31일로 7만234명의 여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해외여행객이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 회복이 더욱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소비력 둔화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국제 여객 정상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하반기 중국·일본 노선 재개가 매출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가까운 중국·일본 노선의 매출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만큼, 해당 노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항공사들은 추석연휴를 맞이해 단기노선 프로모션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아시아나 색동 야시장'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항공권, 현지 액티비티 할인 등을 제공한다.
제주항공은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김포~부산, 김포~대구, 김포~여수 등 내륙 노선에 임시편 34편을 운항하고,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진에어도 오는 9월 8일부터 13일 사이에 운항하는 국내선 대상 예매 시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는 환헤지를 진행한다해도 항공업계에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추석 연휴에 대해 프로모션을 진행해 여행객 유치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을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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