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계 쌍두마차' 한자신-한토신 아쉬운 성적표…하반기 전망은?


'8·16 주택공급대책', 신탁사에 우호적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이 올해 2분기 다소 아쉬운 실적을 낸 가운데 하반기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문주현 MDM그룹 회장(왼쪽)과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 /각 사 제공

[더팩트|윤정원 기자] '신탁업계 쌍두마차'로 일컬어지는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이 2분기 다소 아쉬운 실적을 나타냈다. 시장 컨센서스와 판이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앞서 평가 기준이 관대해진 점을 감안하면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상황에 정부가 정체됐던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부동산 신탁사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힌 점은 호재로 여겨진다.

◆ 문家 지배한 한국자산신탁, 2분기 순익 9.4% 감소

한국자산신탁은 MDM 그룹 산하의 부동산 개발회사다.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 신탁 이외에 부동산투자회사의 자산관리,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의 자산관리 등을 맡고 있다. MDM 그룹은 금융공기업이었던 한국자산신탁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인수전에 뛰어들며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다. 국내에서 디벨로퍼(부동산관련 개발사업자)가 처음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사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한국자산신탁의 주요 주주는 △MDM(28.39%) △MDM플러스(10.00%) △문주현 MDM 회장(15.11%) △문태현 MDM 대표이사0.01%)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이사(0.10%) △송경철 사외이사(0.01%) 등이다. 도합 53.5%가 문주현 일가가 운용하는 셈이다.

더욱이 MDM은 문주현 회장(95.00%)과 부인 민혜정(5.00%)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MDM그룹의 실제적 중심 역할을 하는 MDM플러스는 문주현 회장(4.76%)의 두 자녀 문현정(47.62%), 문초연(47.62%)씨가 실질적으로 갖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이 공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당사의 올해 2분기 영업수익(매출)은 553억3200만 원, 영업이익은 357억6300만 원, 당기순이익은 272억7500만 원이다. 전 분기와 견주면 매출은 5.9%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1%, 9.4%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올해 1분기 1회성 이익(55억 원)인 출자금 배당수익이 있던 점을 고려하면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7.1% 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수료 수익은 344억1600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9.8% 상승했다. 이자수익은 203억5000만 원으로 15.6%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견주면 수수료 수익과 이자수익은 각각 24.0%, 41.7% 증가했다.

◆ 차정훈號 한국토지신탁, 2분기 매출 15.5% 추락

한국토지신탁은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회사로 설립됐으나, 2013년 차정훈 회장이 이끄는 엠케이전자가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함에 따라 현재는 주인이 바뀐 상태다. 올해 6월 말 기준 엠케이인베스트먼트가 24.25%, 엠케이전자가 11.21%의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엠케이인베스트먼트는 엠케이전자 100% 자회사로, 두 회사의 한국토지신탁 보유 지분은 35.49%다.

올해 2분기 한국토지신탁의 매출(영업수익)은 606억 원 수준이다. 올해 1분기와 견주면 37.7%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5% 하락한 수준이다. 상반기로 보면 매출은 1046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1142억 원)보다 9.4%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489억 원) 대비 25.6% 줄었다. 상반기 순이익은 344억 원이다. 전년 동기(652억 원) 47.3% 축소된 규모다.

2분기 신탁보수 수수료는 20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8% 상승했다. 기타수수료는 205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75% 늘었다. 다만 리츠 부문 수수료 기저가 높았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2% 줄어든 수준이다. 2분기 대출평가 및 처분손실은 1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에도 대손은 29억 원에 달했다.

하반기 신탁사들은 정부 규제 완화책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각 사 제공

◆ "고맙다, 8·16 대책"…신탁사 전망 '맑음'

다만 정부가 지지부진한 도시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자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신탁사의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8·16 주택공급대책'에 따르면 재건축과 재개발 등에 대한 신탁사 참여 관련 규제는 대폭 완화됐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들이 원할 경우 굳이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도 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 진행이 가능해진다. 신탁사의 사업시행자 지정요건도 완화된다. 현재는 '사업구역 내 전체 토지주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해당 구역 내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주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으면 시행자가 될 수 있다.

현재는 부진한 양사의 주가도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의 지난 23일 종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0.28%(10원) 하락한 3600원과 1.20%(20원) 내린 1650원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대출과 개발 기능을 모두 갖춘 신탁사의 방어적인 특성이 돋보이게 된다"면서 "최근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이 탄력을 받고 있는데다, 리츠와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 등 다양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신탁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자산신탁에 대해 "올해는 오히려 이익 증가 기조와 도시정비 활성화 기대감 등 긍정적인 요인들을 누리기에 더없이 좋은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여의도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삼부아파트 등 다수의 시행을 맡고 있다. 해당 단지들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도 참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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