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경기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들어서는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을 선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초격차 기술력 확보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길임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19일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이병철 선대회장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당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라며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첫 대외 행보로 이번 행사를 선택한 건 기술 중시 의지를 재차 드러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고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초심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기흥 캠퍼스는 지난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는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기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 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기흥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로,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단지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기흥 R&D단지 건설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흥 R&D단지 건설을 통해 국내외 소재·장비·부품 분야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우수 반도체 연구개발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져,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현 DS부문장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보고하며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공식 이후 화성 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의 간담회,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직원들의 건의 사항 등을 경청하고,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며 활발한 경영 행보를 예고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으로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등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적극 힘을 보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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