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안국약품이 올 상반기 흑자전환하며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너 2세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어진 전 부회장은 향년 85세로 지난 4일 별세한 어준선 안국약품 창업주의 장남으로 회사의 최대 주주이다. 그런 그가 징역형이라는 심판을 받았고, 또 다른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 관련 재판도 받고 있다. 어진 전 부회장의 불법 혐의가 잇따라 인정될 경우 오너 리스크로 회사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순이익은 -6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앞서 어진 전 부회장이 지난 3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난 뒤 안국약품은 원덕권 대표이사를 선임했는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한 뒤 호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안국약품의 리베이트 혐의가 인정될 경우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징금 부여, 약가인하, 판매업무 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진 전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안국약품으로부터 뇌물을 수수받은 의사들은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위반과 관련된 의약품에 대해 1차 약가 인하, 2차 가중된 약가 인하, 3차 고액 과징금 처분을 받도록 돼 있다. 2021년 법안이 개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는 급여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약가인하가 이뤄질 경우 적발 품목의 수익이 급감하게 되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인하 폭이 높아지게 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해당 품목을 생산할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혐의가 인정돼 약가 인하 등의 조치를 받게 되면 회사 존속이 어려워질 정도로 매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선고를 늦추려고 하거나 선고 이후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타격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어진 전 부회장이 불법 임상시험 혐의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경영 복귀가 멀어지고 있다.
어진 전 부회장 등은 지난 2016년 1월 식약처 승인 없이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 개발단계에 있던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하고 이듬해 6월 중앙연구소 직원 12명에 개발 중이던 항혈전응고제 약품을 투여해 임상시험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약사법 위반(미승인 임상시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어 전 부회장에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진 전 부회장의 약사법 위반 혐의는 유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며 함께 기소된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장 신약연구실장 A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임상시험수탁기관 관계자 B 씨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안국약품 법인은 벌금 2000만 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징역형 선고에 대해서는 항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불법 임상시험으로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가 하락한 데다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라 단기간 내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