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정소양·박경현·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지난 8일 저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80년 만에 최고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집중호우로 수재민 피해도 컸고, 국민의 걱정과 안타까움도 매우 컸습니다. 수해 지역과 지역민 피해에 대한 염려가 크게 이는 한편, 재계에서는 다른 걱정거리가 있은 주이기도 합니다. 바로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 기업인 발표를 앞뒀기 때문이었는데요. 결국 특별사면을 기대한 경제계 인사들의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초저가 치킨 '당당치킨'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더욱 고조된 한 주였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가 "치킨을 6990원에 팔아도 이윤이 남는다"고 말하자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점주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본사가 지나치게 큰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맞섯죠. 현재 점주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합리적인' 공급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처분 소송에 대해 상고한 소식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찰 출신으로, 핵심 쟁점으로 파고들 부분에 관해서도 조언을 했다는데요. 이 원장이 "법적 안정성을 위해 단기로 빠른 판결도 중요하지만, 중장기로 보면 법적 기준을 세우는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 만큼, 유의미한 결론이 날 지 주목됩니다. 우선, 재계 소식부터 들어보시죠.
◆ 특사 발표 당일에도 법원行…이재용, 리스크 남았지만 보폭 확대 기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기업인 사면이 12일 마침내 결정됐습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 기업인은 총 4명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그 대상입니다. 당초 사면 대상자로 거론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은 사면 명단에서 빠져 큰 충격을 낳았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재계 1위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렸지만 이중근 부회장 등의 사면에 대한 재계의 관심은 대단했죠.
-그렇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았고,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는데요. 지난달 29일 형기는 마쳤지만, 5년 동안의 취업제한 규정 등을 적용받아 정상 경영 활동을 펼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특별복권으로 약 5년 6개월 만에 족쇄가 풀려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죠.
-사면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도 온전히 경영 활동에 집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남아 있는데요.
-맞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계열사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번 복권은 국정농단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는 효력이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도 공판에 매주 출석해야 한다는 뜻이죠. 재계 안팎에서 '완전한 경영 복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광복절 특사 발표 당일인 지난 12일에도 법원에 출석했죠.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복권에 대해 어떠한 소감을 밝혔나요?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이재용 부회장은 정부의 복권 결정과 관련해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이후 회사를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추가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차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 아울러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만 놓고 보면 당장은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되긴 하네요.
-그렇죠. 실제로 강도높은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번 복권의 취지가 '경제 활성화'인 데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감이 높아져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신사업 육성 전략 재검토, 450조 원에 이르는 투자와 관련한 자세한 계획 수립 등 눈앞에 놓인 숙제가 적지 않아 재판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경영 고삐를 강하게 죌 것으로 예상되네요.
-끝으로 기업인 사면에 대한 재계 반응을 소개해주시죠.
-재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예상보다 사면의 폭이 크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크게는 환영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사면·복권된 기업인들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에 사면된 기업인들이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줄 것으로 본다"며 "재계는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윤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고요.
다만 일각에서는 전 정부에 대한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임기 말을 외면하고, 다음 정부로 넘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인데 새 정부로 넘기고 퇴임한 데 대한 불만이 높습니다. 과거형이라 의미없는 되돌림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삼성(이재용 부회장)을 이용만 해먹었다'고 분통 터뜨리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먹튀(먹고 튄다)'라고 호된 저격도 하더군요.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