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전기차 불안감 확산…기술·규정 강화 촉구 목소리 커져


'전고체 배터리' 기다리기엔 늦어…"불량률 최소화와 BMS 강화 필요"

지난해 7월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세종소방본부 제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연이은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안전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 안전 검사 기준을 높이고, 사용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화재 발생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강화해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고, 배터리에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한 주택 앞에서 충전 중이던 2019년식 '아이오닉'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 배터리 모듈과 실내가 모두 타 소방서 추산 2397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 6월에는 부산시 강서구 남해2지선 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경남 창원방향으로 달리던 아이오닉5 승용차가 톨게이트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고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목숨을 잃었다. 1월에는 충남 태안군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미국 테슬라 '모델X' 자동차가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고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화재로 인해 전자계통 부품이 망가지면서, 전동식으로 열리는 매립식 손잡이가 열리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

전기차 화재 건수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교통통계국에 따르면 전기차 10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5.1대로 내연기관차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소방청 통계연보를 살펴봐도 지난해 전기차 화재의 경우 전체 23만 대 중 23건으로 약 0.01% 수준이었다.

개별 건수는 많지 않지만,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가 크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열폭주는 배터리 셀이 외부 충격으로 손상되면 800도 이상 고열이 발생하고, 옆의 다른 셀도 연쇄적으로 고열로 연소·폭발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안전 검사 기준을 높이는 등 안전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강하고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화재확산방지 기술 등 안전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BMS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배터리를 제어하는 관리 시스템이다. 배터리를 80%만 충전하도록 만들어 과충전을 방지하거나, 과열될 경우 충전이나 운행을 중단하는 등으로 배터리를 관리 해준다.

또 배터리 생산 업체가 사전인증을 신청하면 성능시험대행자(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안전성능시험을 통해 인증하고, 배터리 등록제도를 도입해 배터리의 안전·성능 검사이력을 DB화하고 이력관리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차 운행 안전을 확보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정비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전기차는 충전구 절연저항 측정 등만 검사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전자장치진단기를 이용한 고전원배터리 등의 절연상태·작동상태도 검사한다. 충전 중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전기차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다만, 국토부의 안전 규정 강화는 충전 중이거나 정차 중에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할 수 있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화재는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안전 규정 강화가 원론적으로는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기차도 불량률이란게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대응은 어렵다"면서 "최근에는 BMS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서 정상 상태에서 화재 위험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인데, 사고나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화재는 (국토부의) 이력관리로는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직 화재에 강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현저히 낮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27년 상용화, 2030년 본격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선 배터리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설계하고, 차체 강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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