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채워진 '경영 족쇄'가 풀리면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주도하는 '뉴삼성' 전략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취업 제한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지난 2016년 말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기점으로 햇수로만 6년째 경영 공백 상태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온전하지 못한 경영 활동'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가석방은 '형 면제'가 아닌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형기 내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임시로 풀어주는 행정 처분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형기 종료일이었던 지난 7월 29일까지 거주지는 물론 국내외 모든 동선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은 취업제한이었다.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기점으로 향후 5년 동안 사실상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어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반쪽 복귀'라는 우려 섞인 평가와 더불어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복권으로 취업제한이라는 '경영 족쇄'가 풀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해 온 '초격차' 전략 실행과 '뉴삼성' 구축 작업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신규투자와 고용 창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재판을 마치고 특별사면 결정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다"라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에서도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업계에선 지난 5월 삼성이 발표한 450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의 탄력적인 실행과 신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점친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그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대규모 M&A 등 삼성의 신규투자는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수년째 자취를 감춰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리더십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불안정한 경영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 분야 비즈니스를 챙겨왔다.
올해 1조 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수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18년과 2019년 도쿄에서 일본 최대 통신사 NTT 도코모(1위)와 KDDI(2위) 본사를 찾아 각사 경영진과 비즈니스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모색, 5G 통신장비 수주를 따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어건 회장이 방한하자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하는 등 '맞춤형 민간외교'에 나서며, 대규모 5G 통신장비 수주에 성공했다.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취업 제한 규정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에도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와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각사 최고경영진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했을 당시 대규모 투자 발표 배경과 의미를 묻는 질문에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을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갈길 바쁜 삼성으로서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온전한 경영복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추진하려는 경영 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가운데 회장 타이틀을 달지 않은 곳은 삼성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반쪽 경영'을 마무리하고, 취업 제한 규정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연말 정기 인사 시기에 맞춰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9년 10월 등기임원에서 내려온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무보수·비상근·미등기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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