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광복 77주년을 맞아 유통업계는 굿즈 등을 내세운 상업적인 마케팅 보다 기부 캠페인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8.15 광복절을 기념해 일회성에 불과한 홍보성 굿즈보다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상승 등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류애적인 후원이나 기부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장학사업' 강조에 '815런' 기부 마라톤 후원까지
빙그레는 지난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해의 계절-8월 투게더X광복절'이라는 제목의 30초 분량 영상을 공개했다. 14일 현재 해당 영상은 100만을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게재하며 빙그레는 "광복절은 민족의 해방과 조국의 광복 또는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햇빛이 뜨겁게 쏟아지는 계절 8월에 칠흑 같은 어둠을 벗어나 대한민국이 빛을 되찾았던 1945년 8월을 기억한다"며 "빙그레는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 사업을 이어 나가며, 그분들의 뜻을 기리겠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독립운동 후손들과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좋은 광고 잘 봤다" "광복절에 투게더 한 통 먹어야겠다. 애국심과 독립열사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7월 27일 빙그레공익재단은 국가보훈처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45명에게 6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빙그레공익재단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다시 장학행사를 시행하게 돼 다행"이라며 "장학사업 등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독립유공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품종합기업인 대상과 편의점 CU·GS25도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기 위해 열리는 '815런' 후원에 나섰다. 815런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기고 광복절의 의미를 널리 알리며 '잘 될 거야, 대한민국!'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부 마라톤이다.
대상은 해당 마라톤 행사에 후원금을 기부하고 청정원 '츄앤리얼 고구마츄'와 '츄앤리얼 유기농 군밤츄'을 참가자들에게 간식으로 지원한다. CU는 2020년부터 815런 행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리고 직간접적인 후원을 계속하고 있으며, 올해 초 브랜드 독립 10주년을 맞아 3·1절에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시 읽는 독립선언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을 진행해 한국해비타트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GS25도 ESG 경영 실천을 위해 매년 애국 마케팅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3·1절 103주년을 맞아 만세 운동 당시 학생(고교생) 신분이었던 독립유공자 32인에 대한 홍보 캠페인에 나섰다.
LF 계열사인 트라이씨클은 고객들과 함께하는 응원 릴레이 이벤트 '우리들의 영웅 리멤버 댓글운동'을 15일까지 진행한다. 패션브랜드 아울렛 전문몰 '하프클럽'과 유아동 전문몰 '보리보리'를 통해 운영되는 이번 이벤트는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고객이 직접 남긴 댓글로 기부금을 조성해 독립운동가 후손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백범 김구·도산 안창호·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묵 6점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오는 2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특별전시가 시작되는 첫날인 9일 보훈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 5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며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독립유공자 후손 333명에게 장학금 총 6억66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 홍보성 상품 내놓던 지난 광복절과 대조적
이같은 올해 유통업계의 광복절 맞이 기부 행렬은 해마다 진행됐던 기업들의 홍보성 상품인 굿즈 마케팅 등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통업체들은 광복절 전부터 일정 기간만 판매하는 한정판 상품을 내놓는 등의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21 코리아 머그'와 '21 SS코리아 텀블러' 등 광복절 MD 2종을 한정 출시했으며, CU는 2020년 독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주먹밥, 샌드위치, 반숙훈제란 등 독도사랑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독도 막걸리와 독도 도시락을 비롯해 독도 소주 815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2020년 '8.15마카롱'과 '김좌진장군 티셔츠', '독립군 하얼빈의거 블록' 판매를 홍보했다. 또한 나라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청산리전투 승전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김좌진 장군 독립서체'를 선보이고 독립운동의 의의와 정신을 기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광복절을 맞아 기업에서는 기존에 판매했던 일회성에 불과한 홍보성 굿즈보다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는 기업들이 광복절을 맞이해 기부 쪽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같다"며 "홍보용 굿즈 같은 경우 소비자들에게 재미도 유발하고 관심도 크게 끌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일회성에 불과하다. 반면 독립 관련 캠페인 같은 경우 기업 이미지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새 기업들 사이에서 ESG가 화두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도 기업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많이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이유는 보훈처 격상 논의, 국립 임시정부기념관 개관 등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와 감사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상승 등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류애적인 후원이나 기부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나 물가 상승 등으로 선진국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광복절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인류애적인 후원이나 기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진국들도 인플레이션으로 힘들고 공급망 훼손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상업적인 접근보다는 인간적 접근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