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시장 잡아라"…글로벌 완성차 업체 '각축전'


인프라 높고 시장 작아 '테스트베드' 역할…"한국서 통하면 베스트셀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14일 2022 부산국제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공개한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 6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신차 출시에 열을 올리면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게에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9만8633대로 지난해 상반기(17만3147만대)보다 12만5000대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등록 대수 대비 전기차 비중은 1.2%로 지난해보다 0.5% 올랐고, 등록 비중은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지난 2012년 860대에 불과하던 전기차는 2018년에 5만5756대로 처음 5만 대를 돌파했으며 2020년 13만4952대로 첫 1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도 한층 전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28일 해외사업부문 리더를 소집해 전략을 논의하는 'US 드라이브 프로그램'에서 오는 2025년까지 한국시장에 10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렘펠 한국GM 사장은 "GM 한국사업장은 GM의 전-전동화 비전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GM은 2022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출시 예정인 고효율, 친환경적인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 한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GM은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차세대 CUV를 위해 한국에서 엔지니어링·생산 분야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을 개발하면서 약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 /GM 제공

중국 전기차업체인 중국의 비야디(BYD)는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BYD는 지난 2016년 인천 서구에 유한회사인 BYD코리아를 설립하고 전기버스 등 상용차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BYD코리아는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승용차 인증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채용하는 등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와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BYD와 함께 개발하는 배터리는 내년에 양산할 토레스 기반 전기차 'U100'에 탑재될 예정이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역시 국내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폴스타코리아는 올해 3분기에 국내에 폴스타2를 1800대 공급하며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폴스타2는 사전계약 2시간만에 2000대, 1주일만에 4000대를 계약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독일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국내에 럭셔리 전기 세단 '더뉴 EQS'와 더불어 '더뉴 EQB'를 선보였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더뉴 EQE'와 '더뉴 메르세데스 AMG EQS' 등 전기차 모델 2종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총 400억 유로(약 53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BMW는 지난달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대형 전기 세단 'i7'을 공개했으며, 아우디도 하반기 내 첫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4 e-트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 그래프. 2018년 860대에 불과한 전기차 보급은 올해 상반기 29만8633대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에 맞서 '터줏대감' 현대자동차는 오는 9월 '아이오닉 6'를 판매한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의 첫 번째 전기 세단으로 1회 충전시 최대 524km에 달한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하반기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EV6 GT의 최고출력은 584마력, 최대토크는 75.5kgf·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단 3.5초에 불과하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가 국내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스트베드' 목적이 크다고 설명한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과 같은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다보니 전기차 관련 문제를 확인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등에 속한 기업 입장에서보면 우리나라 완성차 시장 전체가 미국의 하나의 주 혹은 중국 성 하나 수준으로 작다"면서 "따라서 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고, 전기차가 충분히 보급된 이후부터는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기 최적화된 시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성향이 민감해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세계적으로도 성공한다는 인식도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소비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고 전문성 가지고 비판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패스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잘 팔리게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진 것을 인증하는 '보증수표'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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