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박에도 살길 찾기 진땀" 정유사 복잡한 속사정


하반기 불확실성, 횡재세 압박, 미래 사업 고민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횡재세 압박, 미래 사업 고민 등으로 인해 속내가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유사들이 실적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내부적으로는 속내가 복잡한 모양새다. 향후 실적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압박이 거세다. 지속 성장 관점에서의 탈(脫)정유 사업 추진 등 '살길 찾기'에 대한 고민도 깊다.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은 2조32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는 사상 최대였던 올해 1분기(1조6491억 원)를 뛰어넘은 역대급 성적이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318.91%나 올랐다. 호실적의 주역은 정유 사업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국제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됐고, 정제마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과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석유 제품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사업 재고 관련 이익 증가,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이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정유사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에서도 나타났다. 먼저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201.6%나 오른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1조7220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도 역대 최대인 1조37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지난 1분기(1조812억 원)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 정유사 향후 실적 괜찮을까

다만 2분기 호실적에도 정유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실적 하향이 예상된다. 실제로 실적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은 6월 넷째 주 배럴당 29.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4주 만인 지난달 셋째 주 배럴당 3.9달러까지 떨어졌다. 물론 하반기 정제마진이 하향 조정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시장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며 "상반기 수준의 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정유업이 곧 저물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팩트 DB

◆ 정치권 횡재세 압박에 진땀

당장은 '횡재세(초과이윤세) 부과'가 거론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으로 서민의 생활고가 가중된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떼돈'을 번 것과 관련해 비판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미 영국 정부는 자국 석유업체와 가스업체에 대해 5억 파운드(약 7900억 원)에 달하는 횡재세를 물리기로 했다.

횡재세 도입 움직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정유 4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정유사들의 고통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유럽의 횡재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석유사업법 18조에 물가나 유가 등락 과정에서 정부가 부가금 형식으로 걷는 방법이 있더라"며 "가급적 법에 정해진 방식보다 상호 간 자발적 취지로 하는 게 좋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기금 출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반도체 등 다른 업종에서 수조 원을 벌더라도 횡재세 논의가 나오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형평성 측면에서 정유업계에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코로나19 충격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했던 시기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 생존 위한 먹거리 확보 절실

또한, 정유업계 내부적으로 복잡다단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미래 준비'에 대한 걱정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들은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을 고려, 생존을 위해 '탈석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업황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절실하다.

이러한 고민을 드러내듯, 정유사들은 2분기 실적과 함께 일제히 신사업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에쓰오일은 올해 경영 성과에 따른 순이익을 회사의 지속 성장 동력 확보, 미래 에너지 전환 대응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등 친환경 신사업 강화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