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전 금융위원장간의 관계가 재차 조명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임하신 분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월 23일 자본시장법 108조 1항의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0억 원을 부과받은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개한 '공매도 위반 종목 및 수량' 문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938개 종목, 1억4089만 주에 대한 공매도 과정에서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품 운용과정에서 공매도 대상 주식을 먼저 차입하고 매도하면서 이를 일반 매도 물량으로 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직원의 실수로 차입 공매도를 할 때 공매도 표기를 하지 못 했다. 하지만 불법이 아니고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의 눈총은 따가울 대로 따가워졌다. 더욱이 공매도 표기 누락 종목에 500만 개미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약 2552만 주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한국투자증권은 과태료 자진 납부로 20%를 감경 받았고 8억 원을 납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공매도 규정 위반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는 증권사명이 아닌 공매도가 된 종목명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제3차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해당 안건은 제18호 '에스케이㈜ 등 939개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제한 위반 조사결과 조치안'으로 명시돼 있다.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증권사를 제재하면서 공매도 종목만 안건명에 기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금융위원회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견해가 불거지기도 했다. 김남구 회장과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사돈 관계인 사실이 입김으로 작용해 위반 사실이 크게 회자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남구 회장은 고승범 전 위원장 여동생의 남편, 즉 매제다. 해당 제재가 의결됐던 지난 2월 9일 당시는 고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하기 전으로, 금융위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봐줬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새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금번 공매도 논란이 금융위와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봐주기로 엮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여타 공매도 제한 위반 조치안들도 종목명만 포함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해당 증권사들 역시 금융위와 친인척이거나 지인 관계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같은 날 안건으로 오른 조치안명은 제16호 '㈜두산 등 5개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제한 위반 조사결과 조치안', 제17호 '솔브레인㈜ 등 3개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제한 위반 조사결과 조치안' 등이다.
앞서 김 회장과 고 전 위원장의 관계는 고 전 위원장이 후보자일 당시에도 쟁점이 됐다. 지난해 8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고 전 위원장은 친인척 이해관계에 따른 업무 차질 우려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했다. 당시 고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통화위원으로 있을 때 철저히 제척사유가 되면 스스로 회피했다"며 "과거 5년간 한국투자금융지주 관련 안건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보니 전체 안건 200여 건 중 3건으로 1%에 불과했기 때문에 업무에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설치법 제11조에 따르면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2촌 이내의 인척 또는 자기가 속한 법인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금융위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 매제가 회장인 한국투자금융 관련 안건에 고 후보자가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고 전 위원장은 금융위 재직 당시에도 한국투자금융 관련 안건 심의·의결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고 전 위원장은 청문회 당시 그의 장남이 지난 2020년 2월에서 3월까지 약 5주간 한국투자증권의 인턴으로 근무한 이력으로도 진땀을 빼야만 했다. 당시 고 전 위원장은 장남이 '고모부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아들의 인턴 지원·근무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사려 깊지 못한 부분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취업 등 어떤 경우에도 인턴 경력을 활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회장과 고 전 위원장과의 관계는 비밀리에 감춰져 있던 사안도 아니고 (고 전 위원장의) 내정 당시부터 알려진 사안"이라면서 "법적으로도 제척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 전 위원장은) 일절 관련 사안에 개입이 없었다. 증선위 구성을 보면 위원장도 금융위 부위원장이고, 금융위원장은 일절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미 퇴임하신 분을 언급하며 조리돌림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