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논현동=최승진 기자] 비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에스제이쿤스트할레. 습하고 더운 날씨지만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3층 규모 행사장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즐기며 각자 추억을 공유하는 게이머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캐릭터 포토존, 포링샵, 캐리커처, 조형물 전시 등 각종 체험 공간이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라비티는 이날 이곳에서 '스무 살의 라그나로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회사 대표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상용화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추진한 오프라인 행사다. 앞서 그라비티는 전국에서 참여를 희망한 3000여 명 팬들 가운데 500명을 초청했다.
이날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1부는 사전 이벤트, 2부는 메인 프로그램 성격을 지녔다. 그룹 오마이걸은 초대 가수로 왔다. 자녀와 함께 온 게이머도 눈에 띄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상용화 초기 이용자인 박 모 씨(44)는 이날 아내와 9살 딸을 데리고 왔다. 그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처음 즐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20주년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와보니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가족 단위 방문자가 눈에 띄는 이유에 대해 이 회사 전민우 개발 총괄 PD가 털어놓은 말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이날 "20년 전과 현재 가장 큰 차이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다. 당시 20대였던 이용자들이 이제 40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확인해 봐도 이용자 평균연령이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행사장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키즈존도 마련됐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공간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입장 전 긴급연락처도 받고 있었다.
행사장 인근에서는 전민우 개발 총괄 PD를 포함해 김종훈 개발 PM, 김성진 PM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도 열렸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개발·서비스 계획 등을 알리기 위한 자리다. '신공성전'은 이날 공개된 핵심 내용이다. 그라비티는 오는 9월로 예정된 20주년 기념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 때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전민우 총괄 PD는 "MMORPG 꽃은 역시 공성전이고 그만큼 많은 이용자가 재미를 느껴야 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이런 PvP 재미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공성전을 개발했으며 앞에 신(新)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한국 시장과 세계 시장에 미친 영향을 묻는 말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전의 MMORPG는 대개 남성 비율이 높은 장르였다"며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기자기한 감성이 이런 장벽을 허물었고 남녀노소 모두 MMORPG를 더욱 가볍게 접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연말에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등장할 예정이다. 김성진 PM은 협업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라바 캐릭터 등장이 예고돼 있다"며 "다양한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그라비티 대표 PC온라인게임이다. 지난 2002년 1월 베타 테스트를 거쳐 같은 해 8월 상용화됐다. 전 세계 91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지난 2020년 6월 기준 약 1억2000만을 넘어섰다. 이 게임의 원작은 만화가 이명진 씨 작품 '라그나로크'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라그나로크'를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만화와 게임을 좋아했었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만들기 적합한 소재의 만화를 그리고 싶었고 그 결과물로 만화 라그나로크가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