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실적 선방'을 이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7조2000억 원,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12% 각각 증가한 것으로, 매출은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1분기보다는 5800억 원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갈아치우던 매출 신기록 행진은 일단 멈추게 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놓고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신기록이 깨졌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등의 악조건 속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위기 대응 능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도 "매우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된 가운데서도 2분기 기준 최대, 역대 2번째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가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5000억 원의 매출, 9조9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이 견조한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시스템 반도체 공급을 확대해 지난 분기에 이어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며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반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삼성전자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대내외 여러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인 반도체 부문 실적 감소가 현실화된다면, 회사 전체 실적이 내려앉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 우려 섞인 전망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우호적인 환율 속 메모리 사업부가 견인한 실적"이라며 "3분기에는 메모리 판매 가격 하락 폭이 커 반도체 부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부진으로 관찰되고 있는 메모리 재고 부담이 연내 소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판매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분기 감익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수요 상황 등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고용량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 첨단 공정과 신규 응용처 확대에 주력한다"며 "DX 부문은 프리미엄 리더십과 라인업 지속 강화, 글로벌 2억3000만 명 규모의 스마트싱스 사용자 기반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확대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올해 2분기 악조건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전날(29일)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19조4600억 원, 영업이익 79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12% 감소했지만,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 증가하며 역대 2분기 가운데 가장 많았다.
물론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1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건 뼈아프다. TV 사업의 적자는 2015년 1분기 이후 28개 분기 만이다.
그러나 생활가전(H&A)사업본부가 매출 8조676억 원, 영업이익 4322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증가해 분기 사상 최대였고, 단일 사업본부 기준 처음으로 8조 원을 돌파했다. LG전자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선진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였으며 공간인테리어가전 LG 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해 신가전, 스팀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VS)사업본부가 매출 2조305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을 기록하면서 호조를 보였다. VS사업본부의 흑자 기록은 2015년 4분기 이후 26개 분기 만이다.
마찬가지로 LG전자 역시 하반기 주력 사업의 경쟁력 유지가 과제다. 소비가 줄어들고 코로나19 특수가 소멸되는 등 가전 수요 둔화로 삼성전자보다 더 하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3분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인플레이션 및 소비 심리 둔화 등의 영향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에 더욱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을 늘리고, 보급형 제품군을 확대해 생활가전·TV 등 주력 사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 매출과 콘텐츠·광고 매출 확대에도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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