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패션업계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MD(상품기획)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알려진 명품보다는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중고가 수준의 '신(新) 명품'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상황이다. 차별화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자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 한섬, '아워레가시' 국내 단독 유통…뭐길래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첫 아워레가시 매장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들어갈 예정으로, 정식 오픈은 내달 말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아워레가시가 매장을 론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워레가시는 지난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로, 미니멀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엔 연예인, 모델 등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신(新)명품' 브랜드로 언급되고 있다. 아워레가시는 미국 LA 기반의 스트릿 브랜드 '스투시' 등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내면서 2030세대 고객의 관심을 받았다.
한섬은 아워레가시의 인기 상품인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를 포함해 약 230여 종을 선보인다. 다만, 남성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해 남성 제품 비중을 80%까지 올리고, 여성 상품 비중은 20%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판매가는 △아우터 45만~180만 원 △티셔츠 23만~65만 원 △니트 41만~97만 원 △팬츠 43만~65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한섬 관계자는 "해외패션 브랜드 확대를 통해 패션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 한섬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패션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국내 패션 트렌드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신명품'에 빠진 MZ세대…고객 잡기 나서는 패션업계
한섬은 이번 아워레가시 론칭을 시작으로 앞으로 해외패션 신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초엔 수입의류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새로 론칭할 예정이며, 이 밖에도 다수의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내 론칭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신규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주세페자노티, 세이브더덕, 릭오웬스, 질샌더 등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의 수입 판권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질샌더는 지난해 말에 다섯 번째 매장인 '신세계 강남점'을 오픈하며 오프라인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국내에서 관심을 받는 메종키츠네, 아미 등의 해외 브랜드를 이미 2010년대 초반에 들여왔다. 이외에도 르메르, 톰브라운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공식 수입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에 아미의 단독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패션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 컨템포러리 브랜드(트렌드를 이끄는 준명품급 브랜드) 등에 대한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의 2020년 연간 기준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역성장했는데, 해외 유명브랜드 품목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1% 개선됐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의 해외 유명브랜드 품목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9% 성장하며 전체 매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백화점이 판매하는 상품군 가운데 해외 유명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2019년 26.7%에서 2020년 30%, 지난해에는 33%까지 확대됐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증명된 브랜드만으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라며 "해외 브랜드에 대한 고객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그 브랜드를 선점하는 게 중요해졌다. 특히, 고가의 명품만큼 준명품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가격대에 상관없이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라면 고객들이 지갑을 연다는 게 증명이 됐기 때문에 브랜드 확보에 투자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패션업계가 적극적으로 신명품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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