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한국군 주력전차인 K2 '흑표'의 사상 첫 해외 수출이 가시화하고 있다.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이 체결됐고 납기 등을 담은 본계약이 체결되면 수출이 성사되는 만큼 사실상 수출을 위한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다량으로 보유한 옛 소련제 노후 전차를 대체하고 러시아의 잠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제 M1A2와 한국산 K2 흑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대로템은 27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긴급소요 및 폴란드형 K2 전차 1000대 물량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로템은 수출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폴란드 정부는 전날 K2 흑표전차 180대, FA-50 개량형 경공격기 48대,K9 자주포 648문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흑표전차를 1단계로 180대를 올해부터 한국에서 들여오고 2단계로 800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본계약은 폴란드 획득 절차상 향후 진행될 개별 실행계약 체결 이전에 하는 적법한 절차로 사업 예산을 설정하기 위한 총 물량과 사업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체결됐다고 현대로템은 설명했다.
실행계약에는 1·2차 인도분에 대한 각각의 납기와 상세사양, 교육훈련, 유지보수 조건 등 세부 사항이 명기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우선 1차로 국내 생산 K2 전차 긴급소요분을 폴란드에 공급하고 이후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과 국내 생산 물량을 최종 인할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2차 물량부터는 폴란드 군사 체계에 표준화되고 추가 사양이 들어간 K2 전차가 현지에서 양산된다"면서 "이번 계약으로 폴란드도 자체 전차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폴란드 수출형 K2PL을 제안했다. 포탑과 사이드스커트의 장갑을 강화하고 보기륜을 7개로 늘린 게 돋보였다. 전차 후미에는 로켓추진수류탄(RPG)의 공격을 막기 위한 촐망형 장갑인 슬랫아머가 장착됐다. 120mm 주포와 능동방어장치(APS), 원격조종기관총이 설치된다.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전차장과 포수, 조종수 등 3명이 탑승한다.
폴란드는 지난 5월 이번 계약 체결을 위해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직접 K2 전차 실사를 벌이는 등 계약 추진에 적극 나섰다. 또 지난 6월 폴란드 국영방산그룹PGZ(Polska Grupa Zbrojeniowa S.A.)은 현대로템과 프랑스 국제방산전시회 ‘2022 유로사토리’에서 전차·장갑차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 체결로 K2 전차 완성품의 해외 첫 수출을 위한 기념비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터키에 K2 전차 기술 이전에 성공하는 등 우수성을 입증했다.
현대로템이 수출을 타진 중인 노르웨이형 K2 전차(K2NO)는 올해 초 현지에서 실시된 동계시험평가에서 혹한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최대 규모의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는 사막 기후에 최적화된 중동형 K2 전차가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유일의 전차 생산 기업으로서 수십 년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우수한 품질의 K2 전차를 안정적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라면서 "현대전에서 첨단 기술이 들어간 전차가 점점 주목받는 만큼 이번 계약을 통해 국산 K2 전차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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