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시행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운용사마다 수수료 인하 정책에 나서 고객 확보를 위한 싸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사업자의 포트폴리오는 TDF 상품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TDF는 은퇴연령 등 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특성이 있어 디폴트옵션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TDF2050 기준 국내 운용사들의 TDF 총보수비용비율(TER)은 0.6~0.9%대(연금 온라인전용 상품 C-Pe클래스 기준)다. TER은 펀드가입 시 안내되는 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뿐 아니라 수탁·사무관리·기타비용 등을 모두 합친 연평균 수수료율이다.
TDF가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자로선 보수를 일차적인 평가지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쳐 최종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TDF2050기준 TER이 가장 낮은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ETF를담은'(0.6%)이다. '대신해드림로보'(0.63%), '메리츠프리덤'(0.63%), 'KB온국민'(0.65%) 등도 0.6%대다.
이어 △'키움키워드림'(0.75%) △'교보악사평생든든'(0.76%) △'우리다같이'(0.76%) △'NH-Amundi하나로(0.78%) 등은 0.7%대에 형성돼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상품이면서 출시 시기가 오래된 상품은 대체로 높은 수수료율을 보이고 있다. △'신한마음편한'(0.91%) △'미래에셋전략배분'(0.89%) △'한화LifePlus'(0.86%) △'한국투자알아서H'(0.85%) 등은 0.8%대다.
운용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은 이달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10%씩 낮춰 수수료 인하 전쟁에 신호탄을 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한국투자TDF알아서' 상품을, 한화자산운용은 'LifePlusTDF'의 수수료 인하 결정을 검토 중이다.
운용사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맞춰 상품군 다양화 전략에도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자사 펀드가 퇴직연금사업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이 돼야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상품군 폭을 늘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신한 마음편한 TDF' 시리즈에 목표 시점(빈티지) 2055년 상품을 추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OCIO-DO알아서인컴펀드'와 '한국투자OCIO-DO알아서수익펀드'를 출시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깃리턴펀드(TRF) 출시 준비를, KB운용은 'KB 다이나믹 TDF' 채권혼합형 추가에 나섰다.
한편 업계에선 보수만큼이나 운용 능력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보는 수익률은 수수료, 보수 등 모든 비용이 더해진 값이다"며 "보수로 인해 차감되는 복리효과도 있겠지만 운용능력에 따른 성과도 우선순위에 두고 비교해야 한다. 실제로 운용보수가 높은 곳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개 TDF에 동시에 투자하는 분산투자도 수익률과 안정성에 있어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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