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징계' 꼬리표 뗀 손태승…연임 청신호 켜졌다


손태승 회장, 연임 불확실성 해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중징계 꼬리표를 떼어냈다. 내년 3월로 임기 만료를 맞는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는 이날 오후 2시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손태승 회장의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행정소송은 제재심 결과에 대한 법리적 확인과 확정 절차로 1심 법원 판결에 이어 2심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우리은행은 본 소송과 관련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고객 피해보상과 함께 투자상품 내부통제 강화·판매절차 개선 등 금융소비자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해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 후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출시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며 지난 2020년 1월 우리은행에 제재를 가하면서 당시 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돼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당시 금감원은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 체계 기준 미비 등 총 5가지를 징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을 무효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1가지 사유 한도에서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2심에서도 법원이 손태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손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는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장 겸임 초대 회장에 선임됐으며,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해 지주 설립 2년 차인 2020년 3월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 중이다.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회장의 2심 판결이 나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사법적 판단을 이유로 미뤄뒀던 내부통제 관련 징계 논의를 재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 역시 지난해 3월 옵티머스 사태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사법적인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이들 제재의 최종 결정을 보류해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손태승 회장이 승소함에 따라 금융위의 최종 제재 수위가 경감되리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DLF 재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를 이유로 제재를 가한 사례 중 하나"라며 "많은 CEO들이 같은 사안으로 제재를 받은 만큼 이번 손 회장의 판결이 제재 감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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