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라운지 커피를 GS25에서?' 편의점도 고급 커피로 소비자 공략


'가성비'로 차별화…"1000원대 고품질 커피"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25 DX 랩(LAB)점에서 직장인들이 커피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매일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에게는 아무래도 한 잔에 4000원 대인 커피가 부담될 때도 있죠. 회사 근처 편의점이라 접근성도 좋고 커피 맛도 괜찮아서 가볍게 마시기 좋아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25 DX 랩(LAB)점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마다 이곳에서 아메리카노를 구매해 마신다고 말했다. 최근 치솟는 물가에 일부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 대신 편의점을 찾게 되면서 편의점들은 커피 원두의 질을 높이고 고가의 커피머신을 도입하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커피를 제공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 GS리테일이 구현한 '카페25'…커피 블라인드 평가 1위

GS25 DX 랩 매장은 GS리테일이 지난달 신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편의점'으로 선보인 매장이다. GS리테일은 점포 일부를 할애해 즉석 원두커피 자체 브랜드(PB) '카페25'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매장 한 켠에는 '다회용 컵과 개인용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 할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회용 컵을 세척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오리지널, 프리미엄, 디카페인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커피머신 4대를 설치했으며 원하는 도안을 라테아트로 구현하는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베이커리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1200원 △카페라떼 17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1700원 △아이스 카페라떼 2000원 등으로, 모든 커피 가격이 2000원을 넘지 않는다.

GS25는 커피 맛을 끌어올리라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특명으로 2015년부터 원두커피 '카페25'에 공을 들였다. 콜롬비아·과테말라·브라질·에티오피아 등 4개 유명 커피 산지의 원두의 배합을 5개월여의 기간 동안 재조정했다. 노력에 보답하듯 GS25의 지난해 커피 판매량은 1억9000만 잔을 기록했으며, 올해 지난달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3.4% 신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와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달 연합회 소속 세 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진행한 커피 블라인드 평가에서 7.67점(12점 만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해당 평가는 편의점 4개사(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CU)와 커피 전문점 4개사(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GS25가 투썸플레이스(7.17점·3위)와 스타벅스(6.50·5위)를 제치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투썸플레이스와 스타벅스의 기본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으로, 1200원인 GS25의 아메리카노 가격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25 DX 랩(LAB)점에서는 오리지널, 프리미엄, 디카페인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커피머신 4대를 설치했으며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베이커리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이선영 기자

◆ 편의점 빅 4 원두커피 경쟁 치열…매출 '효자' 상품

편의점 업계 1위인 CU도 2017년부터 콜롬비아, 탄자니아 원두를 블렌딩한 '겟커피'(GET커피)를 선보였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GET커피는 CU에서 컵얼음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품목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CU는 지난 17일 커피머신과 원두를 전면 교체하고 로고를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2015년 1월부터 점포에서 즉석 원두커피 '세븐카페'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편의점들이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드립 원두커피를 선보이고 있으며, 100% 아라비카 원두에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받은 생두를 사용해 프리미엄 가치를 높였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1만 개 점포에서 8500만 잔을 판매했으며 올해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도 2017년부터 즉석원두커피 '이프레쏘'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원두를 혼합한 블렌딩 커피를 쓰는 타 편의점과 달리, 단일 원산지의 원두를 사용한 싱글 오리진 커피로 깔끔함을 더했다. 이프레쏘는 지난해 4500여개 점포에서 5000만 잔이 팔렸고 매년 매출이 40%씩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프레쏘 커피는 최고등급의 싱글오리진 원두를 고수하고 있으며, 1000원대 가격으로 고품질 커피를 즐길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바리스타 없이 자동으로 추출되는 형태의 커피머신은 기본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로 호텔 라운지에서 사용하는 모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CU(왼쪽)·이마트24 제공

◆ 1000원 대 커피에 1000만 원대 커피머신 사용…'호텔 라운지 모델'

현재 편의점 4개사의 커피 가격을 분석한 결과, 아메리카노 1200~13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1700원으로 나타났다. 커피 전문점보다 낮은 커피 가격에 비해 편의점들은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가장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는 편의점은 GS25다.

GS25는 약 1만 4000점포에서 스위스산 유라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당 1300만 원이 넘는다. CU는 현재 300만 원대의 중국 칼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상업용 커피 머신 시장점유율 1위인 이탈리아 라심발리(La cimbali)사의 전자동 커피머신을 전국 점포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라심발리 전자동 커피머신은 1000만 원 중반대 고급 라인 모델로, 50잔 이상 연속으로 커피를 추출해도 온도·압력에 변화가 없어 높은 품질을 유지한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600만 원 상당의 전자동 드립 추출 기기를 도입했으며, 이마트24는 바이패스 기능 등이 탑재된 1000만 원 이상의 이태리 명품 커피 머신 '세코(saeco) 그랑 이데아'를 사용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바리스타 없이 자동으로 추출되는 형태의 커피머신은 기본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로 호텔 라운지에서 사용하는 모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는 커피 전문점처럼 바리스타가 상주할 수 없는 구조다 보니 커피 전문점 수준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서 일련의 수작업들을 자동화할 수 있는 위생적인 기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 요소"라며 "이런 요소들을 갖춘 커피머신은 가격 대가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2구 기준으로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000만 원대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고 수동으로 그라인더(회전 숫돌을 회전해 공작물의 면을 깎는 기계)에 갈아서 탬핑(포터필터에 담겨진 분쇄된 커피를 다지는 행위)을 하는 방식의 머신"이라며 "편의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커피머신은 버튼 하나로 자동 추출이 되는 형태라 호텔 라운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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