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 지속 예고에도 표정 어둡다? 정유사 실적에 쏠리는 관심


정유사 2분기 호실적 예상…"하반기엔 불확실성 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올해 1분기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 덕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또 한 번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유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21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정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4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5079억 원 증가한 4조766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 원, 에쓰오일 1조3320억 원, GS칼텍스 1조812억 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 원 등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2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1조 원 중반대다. 에쓰오일은 1조 원 초반대로 관측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전년 대비 개선된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제마진이 초강세를 이어간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나 경유 등 제품을 팔아 남긴 차익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유사 실적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에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이 지속 거론된 탓이다. 정유사들은 반도체, 가전 등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고통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은 정제마진 조정 등으로 인해 상반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이와 함께 정유사들의 표정이 갈수록 어두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업계 평가다. 근거는 정제마진의 하락으로, 지난달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했던 정제마진이 최근 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통상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이 정유사 손익분기점으로 인식돼 수익성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등의 우려를 고려한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적이 하락하면 '횡재세' 논란은 잦아들겠지만, 업황 둔화가 이어지면서 실적 방어의 버팀목이 될 사업을 찾아야 하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배럴당 30.3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이달 15일 기준 6.8달러로 급락하는 등 수요 둔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추후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둔화를 예상했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이 비싸지면 싼 가격에 사둔 재고 물량의 가치가 높아져 이익이 발생한다. 장부상 이익으로 불리는 재고평가이익이다. 실적에 큰 역할을 했던 재고평가이익도 국제 유가 흐름을 고려한다면 불안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배럴당 127.9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최근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기준으로는 103.8달러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연간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업황을 장담할 수 없어 하반기부터는 내림세를 지켜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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