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경기 침체' 리스크 확대…하반기 수익성 부담 우려↑


주요국 통화 긴축으로 경기 침체 우려 확산…하반기 실적 전망 하향 조정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경기 민감 업종 중 하나인 철강업계가 하반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철강재를 만드는 용광로의 모습. /더팩트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철강업계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높은 금리로 치솟은 물가상승률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대 고객사인 자동차와 조선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와 기계구조 등에 이용되는 열연강판의 올해 1분기 총 수요가 1025만4000t으로 전년동기(1036만3000t) 대비 10만9000t 줄었다. 선박 제조와 중장비 구조 등에 활용되는 후판의 경우 올해 1분기 총 수요는269만8000t으로 전년 동기(232만9000t)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같은기간 건설에 쓰이는 철근은 269만5000t으로 전년(250만6000t)보다 다소 수요가 늘었다.

기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는 이른바 '엔데믹'이 나타나면서 소비 수요가 늘고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돼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융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경기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 0.25% 수준이던 미국 기준금리는 3월 0.50%, 5월 1.00%, 6월 1.75%로 올랐지만, 물가는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3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1%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물가상승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보니 임금상승 속도 추월해 실질적인 수입이 줄고, 이는 소비 감소와 기업 실적 악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가 빠른 '켄타우로스 변이'가 나타났다. 실제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19일 0시 기준으로 7만3582명으로 83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예전처럼 다시 방역 조치가 강화될 경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 확진자 중에서도 오미크론 세부변이인 BA.2.75(일명 켄타우로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된 가운데,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9일 기준 7만3582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모습./뉴시스

문제는 철강업종이 상대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데 있다. 코로나 이전 시황 침체기였던 살펴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시기에 세계 철강수요는 9% 가량 하락했으며, 국내 철강업은 2008년 3분기 -3%, 4분기 -18%, 2009년 1분기 -13%의 수요 감소를 겪었다.

실제 철강재 주요 고객인 자동차와 선박, 건설업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철강업계의 실적개선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동차 분야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선업과 건설 부문도 역시 인력 문제와 원자재 값 부담 등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철강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은 t당 109.4달러로, 연초 대비 10.98% 내렸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도 t당 243.5달러로, 연초 보다 32.28% 떨어졌다. 원자재 값이 내려가면 철강제품에 대한 가격도 인하하게 돼 단기적으로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철강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6월부터 철강 가격이 인하됐다"면서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의 인프라 투자 착공 지연으로 철강가격 하락세는 조금 더 연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철강업체들의 실적에서도 하반기 성적표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7239억 원, 591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7%, 28.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도 1조7898억 원, 6009억 원으로 24.4%, 22.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국제강은 3분기 1608억 원, 4분기 1680억 원으로 46.1%, 10.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주요국 금융긴축 조치를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 이후에 세계 경기둔화 영향은 불가피하다"면서 "철강업체들의 하반기 실적도 다소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세계 각국 경기부양책의 실행 효과가 단기간 철강 업황과 실적 저하 폭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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